부산 사회단체 문제점 토론회 "유사 복지사업 정비는 정부 일방적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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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부산일보사에서 열린 유사복지 축소에 관한 토론회. 참석자들은 "유사복지라고 생각되는 많은 복지사업이 유사복지가 아니라 꼭 필요한 복지사업인 만큼 무작정 폐지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집 기자 bjk@

"정부에서 유사중복사업임을 이유로 부산시에 없애라고 한 사업비 중에 '차상위계층 교육장려금'이란 게 있어요. 정부에서 주고 있는 교육급여랑 겹친다는 게 이유인데 교육급여로 아이들에게 한 달에 나가는 돈이 얼만 줄 아세요? 7천600원이에요. 이 돈을 학용품비, 부교재비로 쓰라는 건데 너무 적잖아요. 시에서 그래서 추가로 주고 있는 교육장려금이 월 2만 원이에요. 둘을 합쳐도 2만 7천600원밖에 안 돼요. 이게 보충이지 유사중복인가요?"(정명희 부산시의원)

"정부 지급 교육·주거비 등
지자체서 추가 지급하는 건
중복 아닌 '보충'의 의미
정부 무조건 폐지 요구 안 돼
취약계층 복지축소만 초래"


"장애인활동보조인 급여도 대상에 포함돼 있어요. 장애인 중에는 정말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도 24시간 활동 보조해 주겠다 약속하셨고요. 하지만 현실은, 정부에서 13시간 해 주고 있어요. 시비로 추가해 주는 게 4시간이고요. 근데 이 4시간을 줄이래요. 중복이라고요. 장애인에게 활동보조를 줄인다는 건 밥 두 끼 중 한 끼만 먹으라는 얘기고요. 화장실도 두 번 갈 걸 한 번만 가라는 얘기랑 같아요."(최영아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지역 토양에 맞게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지역 복지사업'에 대해 '유사중복사업'을 이유로 정부가 일제 정비를 요구하고 나서자 지역 사회 반발이 커지고 있다. '보충'의 개념을 '중복'으로 본 것은 중대한 오류일 뿐 아니라 20년간 자리 잡은 '지방자치'를 침해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를 더욱 축소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22일 부산일보사 회의실에서는 '지자체 유사중복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로 참석한 배화숙 부산가톨릭대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사업들이란 게 함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지역민들의 욕구를 반영해 지자체와 의회에서 고민해서 만든 것"이라면서 "정부에서는 완벽하게 복지를 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해 '유사중복'이라는 표현을 붙였지만 주거급여나 교육급여는 실제 주거나 교육비에 비하면 아주 적은 도움밖에 안 되는데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중복이라고 말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종혁 부산사회복지협의회 부장은 "참여연대에서 분석한 결과 사회복지 예산 중 지자체 재원으로 하는 사업은 2008년 12.7%에서 2013년 8.8%로 줄어드는 등 중앙 주도 사업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면서 "지역의 주민들이 오랜 시간 고민해 만들어 낸 복지사업을 검토해 볼 시간도 주지 않고 짧은 기한을 주고 정비하라고 지시하는 건 너무도 폭력적이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지난 8월 전국 지자체 유사중복복지사업 정비 방침을 밝히면서 전국적으로 반발이 거셌으나, 부산에서는 다소 잠잠한 분위기가 있었다. 이에 이날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부산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지역복지 폐지·축소 저지 부산공동대책위원회'는 22일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민의 복지를 말살하려는 중앙정부의 횡포를 막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정부 방침대로라면 부산시에는 57개의 유사중복 사업이 있고 이에 해당되는 예산은 349억여 원이다. 부산시는 최근 추가로 15건의 유사중복사업을 자체 발굴해 오지랖이 넓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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