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 안동네' 희망을 연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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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초등학교 어울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16일 오후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첫 정기연주회를 갖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수연(12) 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이올린 연주는커녕 악기조차 잡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이올린으로 6~7곡을 연주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16일 오후 7시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김 양이 속한 문현초등의 '문현 어울림 오케스트라'가 첫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16일 문현초 오케스트라 연주회
학생들 어려운 형편에도 맹연습

교육부 지원 줄어 중단 위기
학교, 지역 사회에 간절한 호소
남구청 등 도움받아 공연 성공

'문현 어울림 오케스트라'가 결성된 것은 지난해 6월. 교육부는 초·중등 예술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는 학교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었다. 문현초등으로서는 모험이었다. 예산을 지원받는다 해도 악기를 제대로 배워 본 아이들이 얼마 되지 않아 오케스트라를 꾸릴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문현초등은 교육복지 우선투자학교로 전교생 중 191명(약 24%)이 교육복지 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오케스트라에 속한 학생 80명 중 14명(약 17%)이 다문화 가정이나 차상위 계층 등 교육복지 지원 대상 학생이다. 경제적 사정에 상관없이 원하는 학생들이 음악을 배울 수 있도록 학교는 학생 1명당 2만~3만 원의 방과후 활동비만 받고, 나머지는 교육부 예산과 학교 운영비로 충당했다.

처음 걱정과 달리 막상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 수업을 시작하자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처음 접해보는 악기에 어색해하던 아이들은 '음악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세 차례는 등교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와서 악기별 연습을 했고, 화요일엔 전체 오케스트라 합주 연습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나빠졌다. 교육부의 오케스트라 운영 지원비가 2천만 원이나 삭감됐기 때문이다. 학교, 학부모들이 '이대로 그만둘 수 없다'는 마음으로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지역 국회의원을 만나고 주변 기업들을 찾아갔다. 그 결과, 남구청으로부터 800만 원의 보조금을 확보했고, 한국거래소와 국민행복재단으로부터 500만 원, 이마트 문현점에서 플루트 3대(150만 원 상당) 등을 지원받았다.

문현초등 문영오 교장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일회성 장학금을 주는 것보다 오케스트라 지원이 훨씬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다. 기업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학교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해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기업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문 교장의 목표는 교육부의 예산 지원이 끊겨도 지속되는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학부모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시키지도 않은 연습실 청소를 도맡고, 큰 악기들을 운반하는 일도 흔쾌히 해냈다. 오케스트라 학부모 지원단 황은경(43·여) 단장은 "연주회 팸플릿 사진 촬영과 인쇄도 학부모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면서 "아이들이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도 생겨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홀은 체르니의 '비엔나 행진곡'부터 '아리랑', 요한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까지 꼬마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협연으로 빛났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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