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 근대건축물 조사 또 미뤄지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지역 근대건축물 관리 계획이 예산부족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 사진은 자갈치시장의 철거 전 금양제빙. 부산일보 DB

속보=지역 근대건축물을 전수조사해 체계적인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려던 부산시 계획(본보 8월 18일자 10면 보도)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작도 못한 채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개항 이후 건축물 관리 방안
내년 부산시 사업 대상서 제외
시 "예산 부족… 다음 해에"

"10년간 100개 사라졌는데…"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최근 시정혁신본부장 주재로 열린 학술용역심의위원회에서 '근현대 건축문화자산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보존관리방안 개발 용역'이 탈락했다.

앞서 시는 2억 8천만 원을 들여 부산지역 모든 근현대 건축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용역 대상은 1876년 개항 이후부터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까지의 건축물이다. 시는 이들 건물의 연혁 등을 추적한 뒤 보존 가치에 따라 등급을 매겨, 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구상이었다.

중구 동광동 청자빌딩.
하지만 해당 용역은 내부 심의과정에서 '피란수도 부산의 건축문화자산 유네스코 등재 방안 용역'에 밀려 내년도 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두 용역은 별개의 사안이지만, 임시수도청사(현 동아대박물관) 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용역을 먼저 수행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이번에 탈락한 용역은 1년 후에나 재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은 초량왜관과 피란수도 시절을 거치며 수많은 근대건축 문화자산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근대건축물에 대한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0년 '근대 건조물 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의미 있는 시도도 있었지만, 실제 근대건조물로 지정된 건물은 올해 시에서 매입한 청자빌딩(구 한성은행 부산지점)을 포함해 단 7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년 동안 부산지역에서만 보존 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 100여 개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에도 6월께 자갈치시장의 유일한 근대건축물인 금양제빙 건물이 소리 소문 없이 철거됐다. 청자빌딩이나 부산임시관측소 건물은 언론을 통해 뒤늦게 철거 위기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시가 부랴부랴 건물 매입과 이전 등 보존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동래구 온천동 서양풍 별장 가옥.
일제강점기, 지금의 금강공원 일대를 동래읍에 기증한 일본인 히가시바라 가지로(東原嘉次郞)의 별장으로 추정되는 온천장의 서양풍 주택도 8월께 부동산개발 업체에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행정기관은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동아대 건축학과 김기수 교수는 "피란수도 시절 유산들도 중요하지만 부산지역 전체 근현대 건축물에 대한 보존·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게 더 시급하다"며 "매매나 증개축 등 근대건축물에 대한 변동사항이 있을 때 행정기관이 사전에 알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매뉴얼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