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테트라포드 르포] 경고문 있으나 마나, 테트라포드 위엔 취객들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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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새벽 실족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한 부산 수영구 민락동의 한 호텔 앞 방파제 테트라포드에서 시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테트라포드 추락 사고로 매년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경고문'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낚시꾼 가드레일 쉽게 넘어도
무단 침입 막을 규정조차 없어
접근 땐 위험 경고 방송해야

11일 0시 16분 부산 수영구 민락동 방파제에서 김 모(58) 씨가 테트라포드 사이에 떨어져 있는 것을 김 씨의 친구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김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해경은 김 씨가 야간에 방파제 위에서 술을 마시다 발을 헛디뎌 테트라포드 사이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 발생 15시간 후 11일 오후 3시께 부산 수영구 민락동 해안가 일대 테트라포드 위에는 여전히 낚시꾼 30여 명이 낚시 중이었다.

인명사고가 난 장소였지만 출입을 막는 시설은 부족했고 낚시꾼들의 안전 불감증도 여전했다. '추락 위험이 있으니 출입을 금지하라'는 경고문은 테트라포드와 해안산책로를 나누는 가드레일 위에 20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지만 무릎 높이에 불과해 마음만 먹으면 넘어갈 수 있었다. 한 낚시꾼은 "자주 와봤기 때문에 미끄러질 염려는 없다"고 말하며 태연하게 테트라포드로 넘어갔다. 하지만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미끼 새우와 떡밥으로 테트라포드 위는 미끄러웠다. 바다에 가까이 갈수록 바람이 많이 불고 테트라포드가 물에 젖어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오후 6시께가 되자 산책을 나온 사람과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이 테트라포드 위에 자리를 잡았다.

산책로 일대에만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어 야간에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발을 헛디딜 위험도 컸다. 일찍부터 술을 마셔 테트라포드 위에서 비틀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 '민락항-01', '민락항-02' 등 바닥에 방파제 위치를 설명하는 표시가 있었으나 비바람에 흐려져 알아보기 어려웠다.

올해 부산에는 18건의 테트라포드 추락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15명이 구조됐다. 매년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 음주, 산책을 즐기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군사시설이나 문화재보호구역의 경우 경고문과 울타리를 설치해 출입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테트라포드 진입을 막을 규정은 없다. 출입 및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한해 경범죄 처벌법상 무단침입 혐의를 적용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거의 유일한 단속 규정이다.

6월 시행된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와 해경이 너울성 파도가 잦은 해안이나 방파제에 대해 출입통제권을 갖게 됐지만 해양레저와 자연재해에 대비한 출입통제에 치우쳐 있어 테트라포드로 향하는 낚시꾼과 관광객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재난전문가인 동아대 이동규 석당인재학부 교수는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면 이를 방송해 경각심을 일으키는 것처럼 테트라포드에 접근하는 경우 위험을 경고하는 방송을 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병진·김준용·남형욱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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