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상처받은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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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Synod)는 가톨릭에서 교회 안에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 개최하는 회의다. 이 말은 라틴어 시노두스(Synodus)에서 유래했는데, '함께하는 여정'을 뜻한다. 시노드는 초대교회 이래 교회의 당면문제를 함께 모여 토론하고 결정하던 사제단 회의에서 비롯됐다. 원래는 성직자와 수도자뿐 아니라 평신도까지 참여해 '앞으로 어떻게 교회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게 관례였지만 중세 초기를 지나면서부터는 평신도는 회의에서 배제됐다.

평신도들이 다시 시노드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이후이다. 한국 가톨릭의 조상 제사 수용, 각국의 토착화된 성모상 등장, 미사 집전에서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 사용 등 가톨릭에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불면서 평신도의 역할이 다시 커졌다. 평신도가 '교구 시노드'에 참여하면서 1965년 '주교 시노드'가 새로 만들어졌다. 주교 시노드는 교구 차원이 아니라 보편교회, 이른바 세계교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다.

주교 시노드인 세계주교대의원회 제14차 정기총회가 바티칸에서 개막해 오는 25일까지 3주간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이번 시노드의 주제는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 가정의 소명과 사명'이다. 회의는 벌써 '동성애 시노드'를 예고하고 있다. 개막 하루 전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일해 왔고, 교황청이 세운 로마의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쳐 온 크리스토프 올라프 카람사 신부(43)가 "온 평생을 금욕생활만 하도록 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라며 남자 친구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는 '커밍아웃'을 했다.

시노드의 의제가 될 정도로 동성애는 가톨릭 교회의 당면문제로 부상했다. 교황청은 '커밍아웃'을 감행한 신부의 직위를 해제하고 사제직 파면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진보의 상징으로 떠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교황은 성베드로 성당에서 시노드 미사를 집전하면서 "교회의 가족 형태는 일시적 유행이나 다수 의견으로 흔들릴 수 없는 문제"라며 "상처 받은 커플(이혼·재혼·동성 커플)에 손가락질해선 안 되며 관용과 자비로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와 개혁이야말로 이제 가톨릭의 시대정신이 된 듯한 인상이다. 임성원 논설위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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