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실내사격장 가 보니] 신분확인 않고 총기안전고리 허술… '안전'과 격리된 사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안전규정은 말뿐…위반시 처벌규정 마련해야

부산 지역 모 실내사격장에서 본보 기자가 사격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남형욱 기자 thoth@

허술한 안전관리 규정으로 인해 누구나 범행 목적으로 부산 실내사격장에서 총기를 탈취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3일 오전 홍 모(29) 씨에 의해 총기를 탈취당한 부산진구 부전동 A 실내사격장도 허술한 관리가 탈취 사건의 한 원인이었다. 사격장에는 30대 초반의 사격선수 출신 안전요원이 있었지만, 잠시 슈퍼마켓에 간다고 자리를 비운 사이 홍 씨는 권총을 고정해 놓은 안전고리에서 총을 빼 달아났다.

안전요원 자리 비우는 등
관리 규정 제대로 안 지켜
 언제든 총기 탈취 가능성

처벌 없는 안전관리 규정
과태료 등 행정처분 필요

실내사격장 안전규정에 따르면 사격하는 손님 옆에는 사격장 관리자나 안전요원이 반드시 한 명 있고, 이를 보조하는 직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어긴 것이 총기탈취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 같은 관리 허술은 다른 실탄 사격장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일 오후 본보 취재진이 찾은 부산의 B 실내사격장. 이 사격장에는 업주 외에 안전요원 2명과 보조 직원 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업주는 "사격안전교육을 이수한 안전요원을 반드시 포함시켜 2명씩 한 조로 손님의 사격을 지도감독 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직접 사격을 하기 위해 사대 앞에 다가서자 안전요원은 양 옆 격벽에 하나씩 연결돼 있는 고리에 권총을 연결했다. 이 안전고리는 손님이 사로 외의 방향으로 총구를 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역시 고리에는 잠금장치가 따로 없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고리를 젖혀 총을 빼낼 수 있었다.

총기탈취 사건 발생에도 불구하고, 손님의 신분 확인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B 실내사격장에서 사격신청서를 썼지만, 별도의 신원 확인작업은 없었다. 업주는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고, 손님들이 주민등록증 제시를 꺼려 신원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찾은 부산의 C 실내사격장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전날 총기 탈취 사고로 인해 드러난 총기 안전고리 잠금장치 미비 문제로 경찰청으로부터 당분간 사격장 사용 제한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산에 있는 실내사격장은 모두 4곳. 하지만 현행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안전고리 잠금장치 설치 미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 또 안전요원이 있는 상태에서 사격을 하도록 한 안전규정의 위반에 대해서도 처벌규정이 없다.

신원 확인에 대한 강제규정도 없다. 총기탈취 범죄가 발생하면 신속한 사후 조치를 위해 신원 확인이 시급한데, 이번 경우 총기탈취범이 가짜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남겨 경찰이 용의자 특정과 추적에 애를 먹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격장별로 안전규정을 두고 이를 지키도록 점검하고 있지만, 현행법에는 안전요원 선임·해임을 반드시 신고하도록 한 규정 외에 고리 잠금장치 설치, 신원 확인 등을 강제하고 처벌하는 근거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부산외대 법경찰학부 김형중 교수는 "사격장 안전규정을 업주에게 맡겨 둬서는 안 되며, 허술한 총기 안전관리 규정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완하고, 과태료 등 강력한 행정처분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업주들의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안전교육 강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대성·민소영·남형욱 기자 nmaker@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