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생들 '스펙 원정'에 등골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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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부산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김다솔(27) 씨는 취업 준비를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한 달에 두세 번씩 서울에 간다. 모 대기업이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주관하는 홍보 마케팅 대외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왕복 교통비가 아까워 고속버스를 이용하고 숙박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해결하지만 한 번 갈 때마다 15만 원 이상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다.

김 씨는 "대외 활동에 참가한다고 해서 해당 업체에 취업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보태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로 '스펙 원정'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동아리 활동 위해 상경
8개월간 500만 원 쓰며 버텨

취업 유리한 대기업 프로그램
서울에 몰려 지역 학생 '이중고'


취업에 필요한 경력을 쌓기 위한 '스펙 시장'마저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가뜩이나 취업에서 불이익을 겪고 있는 지역 대학생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외활동 마케팅 업체 '대학내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학생 대외활동은 2천여 개다. 이들 대외활동은 대기업이나 정부 부처가 주로 주관하고 있어 대부분의 행사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지역이나 대학에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대학생들이 모여 활동하는 연합동아리도 수도권 대학에 편중되면서 스펙 쌓기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학생활 박람회 '2015 유니브엑스포 부산'의 이상협(23·부경대 경영학과 3년) 학생위원장은 "최근 부산에도 대외활동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30여 가지에 불과해 불가피하게 서울로 올라가는 대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민간기업 대외활동은 채용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지역 대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스펙 원정을 떠난다. A금융사의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은 우수 활동자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거나 채용 시 서류전형을 면제해 준다. 모든 활동이 서울에서 진행되지만 지역 학생들을 위해 교통비나 체류비가 지급되지는 않는다.

정부 주관 프로그램은 지역별 쿼터를 두고 학생을 선발해 거주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만 정기적으로 서울로 가야 하는 불편함은 여전하다. 외교부의 한 대학생 프로그램은 전체 10개 팀 가운데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두 지역에서 2개 팀을 선발한다. 지역팀으로 선발된 대학생은 평소에는 거주 지역에서 활동하지만 한 달에 한 번 평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동아리 활동을 위해 아예 서울 생활을 택하는 취업준비생들도 적지 않다. 하태홍(27·부산대 심리학과 4년) 씨는 마케팅 연합 동아리에서 활동하기 위해 8개월간 서울에서 지냈다. 이 기간에 하 씨가 서울에서 쓴 비용만도 500만 원이 넘는다. 하 씨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부산에서는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지냈다"며 "부산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보장되면 많은 학생이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내일의 탁귀영 팀장은 "민간 대외활동도 지역별로 대학생 팀을 구성해 지역에서도 활동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며 "가장 좋은 해결책은 부산지역의 견실한 기업들이 지역 대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취업 문을 넓혀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성·이혜미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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