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알고 마십시다] 세상 모든 술 이야기 술~술~ 풀어드립니다
입력 : 2015-09-23 19:11:35 수정 : 2015-09-24 11:48:46
마산 '굿데이 뮤지엄'에 가면 우리나라 전통주를 비롯해 전 세계 120여 개국 3천여 종의 주류와 술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블로거'울이삐'busanwhere.blog.me 제공우리 민족과 술은 오래전부터 불가분의 관계를 맺었다. 결혼, 장례, 제사, 성묘 등 삶의 중요한 순간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우리나라 음주문화의 특징은 군음문화(群飮文化), 향음주례(鄕飮酒禮), 수작문화(酬酌文化) 크게 이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군음'은 함께 어울려 마시는 것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향음주례'는 주인이 손님을 청하여 예절 바른 주연을 통해 연장자를 존중하고, 덕 있는 사람을 높이며, 바른 예법과 풍속을 일으키기 위해 시행됐다. 이 전통이 제대로 유지되었다면 잘못된 음주문화 때문에 생긴 오늘날의 많은 부작용은 없었을 것을….
한국 음주문화는 군음·향음주례·수작
독한 술 즐기는 북한 소주 25도가 기본
러시아 여자 먼저, 연장자 순서로 술 따라
멕시코 바텐더, 손님 머리 흔들어 주기도
라임·소금 더하니… 콜롬비아 맥주 맛 캬~
터키서 음주운전? "30㎞ 걸어서 귀가해"
독일 음주 제외 순번 정해 "넌 오늘 운전"
'수작'은 술잔을 서로 주고받으며 즐거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부터 술에 접대문화가 결합하면서 그 뜻이 변질되고 만다. 현재 '수작'은 '남의 말이나 행동, 계획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사용된다. 애주가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남북한이 분단된 지 오래되며 북한에는 우리와 또 다른 음주문화가 자리 잡았다. 북한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독한 술을 마신다. 남쪽에 비해 추운 환경과 독주를 즐기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다.
북한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술은 소주. 우리의 소주가 저도주 열풍으로 16.9%가 대표적인 데 비해 북한 소주는 25%가 기본이다.'농태기' 혹은 '민주(民酒)'라고 불리는가양주는 40도나 된다. 폭탄주라는 말은 없지만 맥주에 술을 섞어 마시는 현상(?)은 북한에도 있다. 북한에서는 술을 다 마신 후에 물냉면을 즐겨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도 많이 쓴다.

술이라면 보드카로 유명한 러시아를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에서 술은 먼저 여자에게, 그다음이 연장자순으로 따른다. 러시아에서 맥주는 얼마 전까지 공식적으로 술이 아니었다. 알코올 함량이 10% 미만이면 음료수로 분류됐기 때문. 보드카는 약으로도 쓰였다. 배가 아프면 소금, 감기에 걸리면 후추를 타서 먹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보드카와 마늘, 양파를 먹고 증기 목욕을 하러 갔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도 음주가 사회문제가 되자 '안티 알코올법'을 시행하고 있다.
멕시코는 특유의 테킬라 음주방법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알려진 방법이 '슈터(Shooter)'. 손등이나 팔목에 레몬즙과 소금을 묻히고 혀로 핥아 입안에 그 맛이 퍼질 때 스트레이트 잔의 테킬라를 원샷한다. 산 선인장 벌레를 술잔에 그대로 담아 마시기도 한다. 바텐더가 손님의 입안에 술을 따라준 뒤 머리를 통째로 흔들어주는 엽기적인 서비스를 보이기도 한단다. 오 마이 갓!
콜롬비아 사람들이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우리도 응용해 볼 만하다. 콜롬비아에서는 시원한 생맥주 잔 윗부분을 라임으로 먼저 한 바퀴 돌려 촉촉하게 적신다. 그 뒤 소금을 손가락으로 집어 컵의 입술 닿는 부분에 빙 돌린다. 그러면 라임의 상큼한 맛과 소금의 짭조름한 맛까지 느끼며 맥주를 즐길 수가 있다.
음악가 중 가장 술을 많이 마신 베토벤은 "음악은 새로운 생산력을 고취시키는 와인이다. 나는 인류를 위해 이 영광스러운 와인을 생산해 그들을 취하게 만드는 주신 바쿠스다"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나폴레옹은 수많은 전쟁에 와인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샴페인은 승리의 순간에 마실 가치가 있으며, 패배의 순간에도 필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맨발의 댄서, 이사도라 덩컨은 술이 없으면 춤을 추지 못할 정도였단다.
터키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사람에게 시 외곽 30㎞ 지점으로 내려준 후 걸어서 귀가토록 만든다. 그 뒤로는 경찰관이 자전거를 타고 감시한다. 술 마신 사람이야 그렇다 쳐도 경찰관이 참 할 짓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요즘 술자리가 있는 날이면 순번으로 그날의 운전자 한 명을 정해 대화만 즐기게 한다. 독일의 엄격한 법 집행과 그에 걸맞은 합리적인 음주문화가 형성된 결과다.
'무학'이 최근 새로 문을 연 마산의 '굿데이 뮤지엄(070-7576-2017)'의 협조를 통해 지금까지 세계의 술 문화에 대해 알아봤다. 통일이 되어 이북식 폭탄주에 오리지널 평양냉면으로 선주후면하는 날이 빨리 오길 소망한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