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객 떠난 다대포, 예술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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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바다에서 다양한 미술품을 만나는 '2015 바다미술제'가 19일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막이 오른다. 사진은 한국 손현욱 작가의 작품 '배변의 기술'. 김병집 기자 bjk@

높아진 하늘, 넉넉한 가을 바다에 성대한 미술 잔치가 펼쳐진다. '2015 부산바다미술제'가 19일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개막해 한 달간 펼쳐진다. 17개국 35명(팀)의 작가들이 풀어낸 작품은 유쾌하고 즐거웠다. 개막을 앞둔 부산바다미술제 현장을 미리 돌아봤다.

■ 예술의 싹을 틔우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보다-바다와 씨앗(See-Sea&Seed)'이라는 주제로, 부산 바다에 예술의 씨앗을 뿌려 예술이 창조되고 발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임동락 집행위원장은 "예술의 씨앗을 발아시켜 시민들과 함께 결실을 즐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19일부터 한 달간 '부산바다미술제'
고은 시인·오태원 작가 협업작 등
4개 섹션에 17개국 작품 35점 전시

일반인들 예술가 체험 공간도 마련.

'산포하는 씨앗' '발아하는 씨앗-상상발굴 프로젝트' '자라는 씨앗' '자라는 바다' 등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다대포 백사장 야외 전시와 컨테이너 실내 전시로 준비돼 있다. 김성호 전시 감독은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사전에 주제에 대해 설명했다. 4개의 섹션 주제를 생각하며 작품을 보면 훨씬 재미있게 바다미술제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시민들이 바다미술제를 적극적으로 즐기도록 작품과 작가 소개, 작품 감상법, 이동 동선을 소개한 안내 책자를 처음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김정민 작가의 '자라는 씨앗'. 정종회 기자 jjh@
■ 자연 배경으로 상상의 나래

부산바다미술제의 첫 관문은 고은 시인과 오태원 작가의 협업 작품인 '천 개의 빛, 물방울'이다. 터널 입구에 들어가면 은은한 별빛과 영롱한 물방울이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 작가는 "이집트 사막을 여행할 때 별빛이 눈앞까지 쏟아지던 기억이 있다. 그 환상적인 장면을 재현해 바다미술제를 찾은 관객에게 선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터널 위로는 빛의 물방울이 달려 있고 양쪽 옆으로 설치된 거울에는 오 작가가 쓴 고은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만날 수 있다. 오 작가는 고은 시인의 시집 전편을 읽고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100여 개의 문구를 발췌해 아크릴 물감으로 직접 거울에 썼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마법의 문 같은 오 작가의 작품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백사장이 펼쳐진다. 백사장 초입은 현대판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표현한 김원근 작가의 '손님'이라는 작품이 있다. 철근과 시멘트로 완성한 두 개의 거대한 남, 여 조각은 풍성한 몸, 묘한 웃음을 띤 얼굴이 색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본격적으로 백사장에 들어서면 중앙에 자리 잡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노 요코의 '소망나무'이다. 관객이 직접 소망을 적으면 현장 관계자가 나무에 달아준다. 바다 백사장 한가운데 큰 나무가 자리 잡은 것 자체도 인상적인 장면이며 소망을 담은 종이들이 바람에 휘날리면 또 다른 풍경을 만들게 된다.

소망나무의 오른쪽으로는 컨테이너 전시장을 비롯해 상상발굴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알록달록한 컨테이너 안에는 유쾌한 상상의 나래가 전개된다. 패총을 재현한 곳도 있고 고대 토기를 재해석해 거대한 토기들을 색다르게 전시한 컨테이너도 인상적이다. 
폴란드 루드위카 그라지나 오고르젤렉 작가의 '거울'. 정종회 기자 jjh@
■ 관객이 작품을 완성하다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축제를 지향하는 올해 바다예술제는 관객이 함께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

최선 작가는 관객들이 입으로 공기를 불어 작품이 완성되게 했고 천 명의 어린이들이 만든 바람개비로 거대한 구조물을 만든 노주환 작가의 작품은 다대포 바다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행사 현장에는 일반인이 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따로 만들어 예술의 향취에 흠뻑 빠진 시민들이 예술가가 되는 기회도 있다.

올해 바다 미술제는 유쾌한 시도들도 관심을 끈다. 세 대의 차를 거대한 화분으로 변신시키거나, 다대포 바다 수평선과 일직선으로 상자를 놓고 여기에 보리를 심어 한 달 동안 자라게 하는 작품도 있다.

다대포 백사장을 거대한 발굴 현장으로 변신시켜 관객들에게 발굴하는 모습을 퍼포먼스 형식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19일 개막식에 30m의 대형 고래연을 바다 위에 띄우는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행사를 주최한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행사 기간 중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과 다대포해수욕장을 오가는 무료 셔틀 버스를 운영한다. 하단역에서 매시 30분, 해수욕장에서 매시 정각에 떠난다. 부산바다미술제 홈페이지(www.busanbiennale.org) 참고.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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