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부산-후쿠오카 포럼 10년,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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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국 동서대 총장· 부산-후쿠오카 포럼 간사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일본 후쿠오카에서 제10차 부산-후쿠오카 포럼이 개최됐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이 포럼은 양 지역을 하나로 묶어 국경을 초월한 '초광역경제권'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하에 2006년 양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발족된 민간제언기구이다.

첫 포럼 때 고작 210㎞ 떨어진 지척에 살고 있음에도 너무나도 다른 서로를 발견하고는 무척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회의 석상에서 한국 측이 갑자기 사전에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을 긴급 제안하는 바람에 일본 측이 무척 당황해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이에 반해 사사건건 사전 매뉴얼을 요구하는 일본 측을 한국 측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기도 했었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해에는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어 포럼 개최 자체가 연기되기도 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10년을 맞으니 감개무량하다.

'국경 초월 초광역경제권 만들자'
2006년 발족한 민간제언기구

대화 통로 구축·미래비전 도출
다양한 실천적 노력 전개 등 성과

중앙정부 관계 영향, 집행력 부재
시민 목소리 반영 앞으로의 과제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오히려 일본 측이 즉흥적인 제안을 내어놓아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하고, 사전 시나리오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한국 측의 모습에 일본 측이 어리둥절해한다. 일본의 한국화, 한국의 일본화가 진행 중인 것이다. 아마 이러한 '역전' 현상도 지난 10년간의 성과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닮아 갈 때 진정한 이해가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산-후쿠오카 포럼 10년의 성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양 시의 주요 민간 기관장 간에 굳건한 대화의 통로가 구축되었다는 점이다. 수많은 한·일 지자체 간 교류 중 이러한 채널을 가진 곳은 부산과 후쿠오카가 유일하다. 10년을 만나다 보니 개인적 친분은 물론이고 소속기관 간의 신뢰와 우정이 깊은 뿌리를 내렸다. 양 도시의 현안이나 기관 간 협력에 대해 격의 없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작금의 악화된 한·일 관계가 대화 가능한 인적 네트워크의 부족에 기인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부산-후쿠오카가 일구어 낸 끈끈한 인맥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둘째,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이라는 양 도시의 미래비전을 도출해 내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교류가 깊다 하더라도 양 도시 시민이 공유하는 미래비전이 없다면 그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포럼이 주창하는 '초광역경제권' 구상에 대한 지속적인 발신은 양 도시 시민에게 어렴풋한 담론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장 모네가 주창한 유럽공동체(EU)의 꿈이 50년 만에 이루어진 것을 생각하면, 긴 호흡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셋째,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 구상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실천적 노력이 조금씩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에는 양 도시에 소재한 대학들이 참여하여 '부산-후쿠오카 소재 대학 간 컨소시엄'을 체결한 바 있다. 이듬해인 2009년을 '부산-후쿠오카 우정의 해'로 지정해 다양한 교류활동이 개최되기도 했다. 또한, 양 시의 교육청이 공동으로 사회 교과서 부교재를 개발해 서로를 소개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한·일이 교과서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양 시의 이러한 시도는 매우 뜻있는 일이라 하겠다. 원활한 비즈니스 협력을 위해 '경제협력 사무소'와 '부산-후쿠오카 비즈니스 CEO 포럼' 등이 설치된 것도 가시적 성과라고 말할 수 있겠다.

넷째, 부산 시장과 후쿠오카 시장이 참석하는 연석 간담회가 정례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포럼에서 개진된 의견을 시 정부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말이다. 이에 더하여, 긴밀해진 양 도시 시장 간의 교류는 도시 간 협력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다섯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 도시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차세대 시민에게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성세대가 아닌 양 도시의 대학생이 바라보는 도시 간 협력의 미래상, 그리고 그들이 그리고자 하는 미래의 한·일 관계를 들어 보는 것은 보다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여전히 부산-후쿠오카와 같은 지방 간 교류는 중앙정부 주도의 한·일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둘째는 포럼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제언기구이다 보니 정책 집행력이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보다 광범위한 시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부산-후쿠오카 포럼은 이러한 성과와 한계를 가지고 이제 새로운 10년을 시작한다. 부산과 후쿠오카의 관심 있는 시민과 함께하는 보다 의미 있는 민간제언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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