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숨은 돼지국밥] 한 뚝배기 속에 담긴 진한 삶을 맛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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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지만 푸짐한… 이기 부산의 맛 아잉교!"

덕천고가

곰국 같은 국밥에 우거지 '푸짐'


'덕천고가'는 여느 돼지국밥집과 맛뿐만 아니라 기원도 달리한다. 돼지국밥은 한국전쟁 직후에 부산에 온 피란민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문점은 남는다. 그전부터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국밥을 먹어 왔기에….

'덕천고가'는 19세기 말 낙동강 하구 물류의 집산지인 구포의 만석꾼 객주상인 덕천 김기한의 집에서 끓이던 장국밥을 재현했다. 이 장국밥은 '낙동강 칠백 리 영남 제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 돼지국밥 격인 '진땡'에서 너무나 사골 곰국의 맛이 나서 깜짝 놀랐다. 그 곰국 같은 돼지국밥에 된장을 풀고 우거지와 정구지를 넣은 '장국'에선 어린 시절 고향의 기억이 불쑥 튀어 나왔다.

덕천고가 돼지국밥의 특징은 암퇘지 사골만을 푹 고는 데 있다. 수컷에는 자기 영역을 표시하는 화학물질이 있어 냄새가 나지만 암컷에서는 별 냄새가 안 난단다. 18년 전부터 위생을 강조해 그릇을 무려 5번이나 헹구도록 주방 설거지 시스템을 갖춘 점도 존경스럽다. 돈을 받지 않는 스몰 사이즈의 추가 밥 그릇도 많이 예쁘다. 권경업 대표는 좋은 일 하느라 늘 바빠 보인다. 미안하지만 좀 더 바쁘시기를.

장국, 진땡(일반 돼지국밥), 잔치국밥 6천 원. 영업시간 24시간. 부산 북구 백양대로 1182. 051-337-3939. 
자매돼지국밥

국밥 속 달지 않은 된장 맛 '구수'


맛과 사장님의 외모, 그리고 '포스'가 찰떡궁합이 되어 가장 돼지국밥집답다. 수육을 하나 시켰더니 먹어 보라고 볼살 서비스를 내줄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정구지를 수북하게 담아 주는 모습도 보기 좋다. 국밥집의 인정이 물씬 느껴진다. 풍성한 빨간 양념 위에는 후추와 깨가 듬뿍 뿌려져 있다. 국밥에 '첫 간'이 되어 있다더니 정말 간이 예술이다. 성급하게 새우젓부터 넣을 필요가 없다.

국밥 속 달지 않은 된장 맛이 구수하다. 우리 이모처럼 구수하게 생긴 박영숙 대표가 젊은 손님에게 말을 건넨다. "어른 먼저 드리자~." 음식은 먼저 온 순서와 상관없이 어른에게 먼저 배려한다. 젊은 손님의 불만은 없을까? "사실 내가 욕도 많이 사용해요." 전남 고흥 출신 박 대표의 욕은 좋게 말해 '아그'들과의 소통 수단이다. 박 대표는 젊은 '아그'가 많이 왔으면 좋겠단다. 배부르게 먹이고, 어른을 알아보는 인성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처음에 인수했을 때는 술집 같아 너무 싫었단다. 제발 '밥집'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도가 이루어졌단다. 머리 고기 전문으로 22년 8개월째다.

돼지국밥 6천 원,내장따로 7천500원, 모둠따로 7천500원. 영업시간 09:00~21:00. 부산 수영구 민락본동로 27번길 56. 051-758-2737.
양산왕돼지국밥

남기면 안 되는 진한 국물 '걸쭉'


'재야의 고수'라고 부를만한 미식가 두 명이 공통으로 '양산왕돼지국밥'을 추천했다. 어째 동네가 낯이 익다 싶었다. 아뿔싸! 바로 우리 동네 돼지국밥집이 아닌가(심지어 예전에 가본 적도 있다).

가게의 위치상 관광객이 갈만한 곳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손님으로 붐빈다. 이렇게 동네 주민이 즐겨가는 곳이 진짜 맛집이다. 2005년 APEC 공식 식당이자, 롯데몰 동부산점에도 향토음식점으로 입점했다.

여기 돼지국밥은 국물이 좋다. 맑지만 진하고 끈적끈적한 느낌이다. '고기나 밥은 남기더라도 국물은 남기지 말라'고 써 붙였다. 역시나 국물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포장해 가면 국물을 배나 주는 대신에 밥, 김치, 깍두기는 제외한다.

수육도 은근히 좋다. 수육과 함께 나오는 가오리식해가 아주 매력 있다. 직접 만든 순대가 나와 술 한잔 하기에도 괜찮다. 2층은 국밥·족발 개발실이다. 거기다 500인(1인 400cc)용 솥을 걸어 두고 국물을 연구한단다.

이춘호 대표의 어머니가 양산에서 돼지국밥집을 오래 했다. 그 전통을 잇는 의미로 '양산국밥', 타 업소와 구별하기 위해 '왕'을 넣었단다.

돼지국밥 6천 원, 수육백반 8천 원, 수육 맛보기 7천 원. 24시간 영업. 부산 해운대구 재송1동 1118-7. 051-781-2722. 
수복가마솥돼지국밥

옻 품은 돼지국밥 국물 '후끈'


옻돼지국밥을 내놓는 집이 있다고 했다. '옻돼지', 생전 듣지도보지도 못한 그 낯선 조화가 궁금해서 '수복가마솥돼지국밥'을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메뉴엔 일반 돼지국밥도 있어서 하나씩 시켜 봤다.

옻돼지국밥은 빛깔부터 일반 돼지국밥과는 완전히 달랐다. 국물을 한 숟가락 맛보았다. "이건 옻닭 국물인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옻은 돼지국밥의 고급화를 위한 좋은 대안으로 보였다. 옻의 단면은 녹각이나 헛개나무 같다. 충북 제천에서 굵은 옻나무(잔잔한 옻은 쓴맛이 난다)를 잘라서 가져온다.

옻이 안 든 일반 돼지국밥도 국물이 진해서 입안에 붙는 느낌이 났다. 동행한 지인은 어릴 때 집에서 먹던 맛과 가장 비슷하다는 말도 덧붙여 주었다.

국밥을 즉석에서 끓이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돼지국밥집들은 미리 끓여 토렴하는 방식이 많다.

박동남 대표는 "미리 끓여놓으면 맛이 떨어지고, 원래 노란색인 옻도 까맣게 변한다"며 고개를 젓는다. 돼지국밥을 먹고 혹시라도 옻을 타지 않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쓴다.

아직은 덜 알려진 탓인지 일반 돼지국밥이 많이 나간다. 옻을 먹어서 그런지 이날 밤 몸에 열이 나서 뒤척거렸다.

돼지국밥 6천 원, 옻돼지국밥 7천 원, 옻수육백반 1만 원. 영업시간 10:00~22:00. 부산 강서구 신호동 226. 051-968-0909.
또랑돼지국밥

단골 만드는 마법의 양념장 '새콤'


가게 옆에 도랑이 흘러 '또랑돼지국밥'이라 이름 지었다는 말을 듣고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홍수 때 돼지가 떠내려와서 장대로 건졌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였다.

'또랑국밥'의 기본에 충실한 맛은 소문이 났다. 그런데 가격은 착하다. 시중 돼지국밥 가격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거의 6천 원인데, 여긴 5천500원이다. 최명옥 대표가 돼지국밥 주문을 받더니 "내장도 먹을 줄 아느냐"고 묻는다. 취향을 물어보고 손님 요구하는 대로 만들어 준다. 비계를 좋아하면 비계를 더 달라고 말하라! 국밥은 아주 뜨겁지 않아 후루룩 마시기에 좋다. 새우젓 가미를 안 하면 약간 싱겁게 느껴질 정도. 돼지국밥 위 양념장에 뭔가가 있다. 파가 씹히며 양념이 터지더니 새콤해진다. 단골들은 양념장이 이곳을 계속 찾게 되는 비결이라고 꼽는다. 간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대파를 이틀간 숙성시켰다. 운전기사나 막일하는 손님도 오기에 새벽 시간에 일찍 문을 연다. 여기서만 25년째다. 최 대표는 "서민 음식이라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겠다. 작년에 돼지 값이 너무 올라서 미안하지만 지난 2월에 500원 올렸다"고 말한다.

돼지국밥 5천500원, 따로국밥 6천 원, 수백 8천 원. 영업시간 06:00~23:30. 부산 동래구 충렬대로359번 길 12. 051-522-3119. 
송정3대국밥

큰 솥에서 뽀양게 우러난 맛 '고소'


최영철 시인은 "돼지국밥에는 쉰내 나는 야성이 있다. 야성을 연마하려고 돼지국밥을 먹으러 간다"고 돼지국밥을 노래했다. 최 시인의 '야성은 빛나다'는 시는 노래로 치면 부산 돼지국밥의 테마송이나 다름없다.

최 시인은 이 시의 배경이 되는 돼지국밥집이 1946년부터 시작해 70년이 다 되어 가는 '송정3대국밥'이라고 밝혔다. 그러니 송정3대국밥은 돼지국밥계의 산증인이라고 하겠다.

서면 돼지국밥 골목에 있는 가게 앞 큰 솥에선 뽀얀 국물이 24시간 끓고 있다. 그래서 가게 안에는 늘 고소한 냄새가 난다. 자리에 앉으니 오래된 테이블에 먼저 눈이 갔다. 워낙 오래되어 돼지국밥 뚝배기를 놓았던 자리가 동그란 모양으로 닳아 있다. 손님들이 선호하는 자리는 동그라미가 더 크고 진하다. 3대째인 김기훈 대표는 "이것도 역사의 일부이니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돼지국밥의 국물이 순하면서 고소하다. 아이들이 먹어도 괜찮겠다 싶다. 수육은 돼지 비계가 적당히 붙어 있는 부위를 사용해서 부드럽다. 기름기가 있는 부분을 먹고 싶지 않다고 미리 말하면 살코기 부분만 넣어 준다.

돼지국밥 6천 원, 수육백반 8천 원, 순대 8천 원. 24시간 영업.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68번길 29. 051-806-5722. 
진주비봉식당

푸짐한 양과 그 속에 담긴 추억 '달콤'


부산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라면 '진주비봉식당'에서 추억 하나쯤은 있다. 새내기 시절 선배가 소주를 사 준다며 데려갔던 곳. 밤새 술을 먹고 아침 일찍 해장하자며 갔던 추억의 장소다(다들 잘살고 있겠지). 예전에는 아주 허름했다. 오랜만에 찾아가니 깨끗해서 되레 아쉽다. 여전히 부산대 정문에서 사거리를 내려와 첫 번째 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간판도 없이 시작해 40년이 넘게 그 자리다.

점심을 먹으려고 찾아갔다. 가게 안에는 데이트 중인 남녀 한 쌍이 앉아 있었다.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이런 이야기가 들렸다. "내가 학교는 졸업 못 했지만 이 집 진짜 맛있다." 여자의 이야기이다. 소주도 냉장고에서 알아서 꺼내 온다. 학교 다니던 시절 자주 왔나 보다. 국밥에 추억을 말아 소주 한잔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니 무얼 먹어도 맛있는 그들이다. 혼자 온 손님은 약간 쓸쓸해진다. 하지만 혼자 와서 먹어도 어색하지 않은 집이다. 혼자서 돼지국밥을 주문하면 동그란 쟁반에 반찬과 국밥을 한꺼번에 차려 내온다. 치우기 쉽게…. 가격대비 양이 푸짐하다.

돼지국밥 4천 원, 따로 국밥 4천500원, 수육백반 7천 원. 영업시간 08:00~23:00.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로49번길 13. 051-518-1146.
합천국밥집

샘물처럼 맑은 국물 맛 '깔끔'


외지에서 놀러 온 지인이 돼지국밥을 먹고 싶다고 하면 데려가는 곳이 있다. 남구 용호동의 '합천국밥집'이다. 살짝 과장하자면 샘물처럼(?) 맑은 국물이다. 그래서 돼지국밥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먹을 수 있다. 합천이 고향이라 '합천국밥집'이고, 올해로 16년째다. 가게 앞 큰 창문으로 육수를 끓이고 수육을 삶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복층 형식으로 1층은 테이블, 2층은 다락으로 꾸몄다. 2층에 앉았더니 쟁반에 음식을 차려서 난간에 걸쳐 놓는다. 손님이 알아서 상 위에 차리는 시스템이다.

기본은 따로국밥. 국물과 밥이 따로 나온다. 공깃밥은 미리 떠 놓지 않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한 그릇씩 담아 주니 더 맛있게 느껴진다.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무김치가 살짝 달지만 국밥과 잘 어울린다. 고기는 좋은 부위를 적당한 두께로 썰어내어 식감이 좋다. 사장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자 손사래를 친다. "먹고 싶어서 찾아오는 우리 손님에게만 잘하고 싶다. 가게가 작아서 손님이 더 와도 힘들다"며 묵묵히 고기를 썬다.

따로국밥 7천 원, 수육백반 8천 원, 모둠 수육 2만 원. 영업시간 09:00~21:30. 명절휴무. 부산 남구 용주로 6번길 30. 051-628-4898.
민아식당

향긋한 방아에 고소한 고기 맛 일품

돼지국밥 특유의 냄새가 두렵다. 돼지국밥은 쌀국수처럼 향긋하면 안 되니? 이런 당신을 위한 맞춤형 돼지국밥집 '민아식당'이 있다. 기본은 따로국밥. 국밥 안에는 낯선 녹색의 잎이 뒤덮고 있다. 바로 부산사람들이 즐겨 먹는 방아다. 국물에는 방아 향이 그윽하다. 방아 앞에 돼지가 꼬리를 감춘 것이다. 겨울에는 쑥갓이 대신 들어간다.

국밥에 든 고기를 먼저 간장양념에 찍고, 새콤달콤한 파무침과 함께 먹었다. 물에 빠진 고기는 싫다던 사람도 파무침 덕분에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고기!" 나 "기름!"을 외치면 단골이다. 살코기로 할 것인지, 비계가 붙은 부분을 먹을 것인지 선택이다. 직장인이 많은 중앙동에서는 점심시간에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황경렬 대표가 30년째 운영하는 '민아식당'은 말할 것도 없다. '민아'는 자녀들의 이름 끝 자를 한자씩 따서 지었단다.

오래된 식당이지만 가게 안이 깔끔하다. 황 대표는 "먹는 장사는 청결이 기본 아니냐"며 되묻는다. 맛은 기본이고 가격까지 최고로 착하다. 이런 집에 손님이 없으면 이상한 일이겠다.

따로국밥 5천 원, 수육백반 6천500원, 수육 1만 원. 영업시간 11:00~21:00. 토·일요일 휴무. 부산 중구 충장대로9번길 21-1. 051-462-1774.

수영공원돼지국밥

부드럽고 고소한 항정살 수육 사르르~

동의대 가야캠퍼스 앞에 돼지국밥집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돈 없는 학생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짐작했다. 동의대로 올라가는 언덕길에 자리 잡은 터줏대감인 '수영공원돼지국밥'을 찾아갔다. 이 집을 추천한 지인은 돼지국밥도 좋지만 수육을 꼭 먹어 봐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수육을 시켰더니 먼저 사람 수대로 국물이 나와 좋았다. 돼지국밥에 사용되는 그 육수이다. 덤으로 보쌈김치까지 나온다. 돼지국밥 국물은 진하고 간도 적당하다. 항정살 수육은 동그란 접시에 활짝 핀 꽃처럼 담겨서 나왔다. 일행들은 '꽃 수육'이라 부르자고 했다. '꽃 수육'의 맛은 카메라가 먼저 보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꽃 수육'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보쌈김치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다. 기본찬으로 나온 배추김치를 비롯해 모든 김치가 다 맛있다.

돼지국밥은 양념장과 밥이 함께 담겨 나온다. 국수를 좋아하면 곁들여 먹으면 된다. 국밥 안에 들어있는 고기는 항정살이다. 크게 한 숟가락을 떠서 먹었다. 고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돼지국밥 7천 원, 수육백반 9천 원, 수육 2만 5천 원. 영업시간 07:30~23:00. 4째주 일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가야공원로 59. 051-893-8297.
할매국밥

두꺼운 수육의 쫄깃한 식감

부산에서 돼지국밥 좀 먹는다는 사람들은 여기를 많이 추천한다. 1956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할매국밥'이다. 식당 이름에 '할매'는 단골 메뉴다. 그래서 이집은 '범일동 할매국밥, 교통부 할매국밥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큰솥 가득히 돼지고기가 익어가고 있다. 커다란 포크(갈고리?)로 큰 고깃덩어리 하나를 꺼낸다. 도마 위에 올려진 고기는 오랫동안 사용해서 칼날이 거의 없어 보이는 칼로 큼직하게 잘라낸다. 예쁘게 보이려는 노력은 안 보인다. 가격에 비하면 훨씬 푸짐하게 담아 준다.

돼지국밥은 대파와 고춧가루만 뿌려져 나온다. 새콤달콤한 맛의 양념장은 그릇에 따로 담겨 있다. 돼지국밥 국물을 그냥 먹어도 맛이 있다. 양념장을 풀면 칼칼하면서 개운한 맛이 난다. 수육은 약간은 두꺼운 두께 때문에 씹는 맛이 있다.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이 조화롭다. 새우젓이나 된장에 수육을 찍어 먹기도 괜찮다. 국밥에 넣으라고 나온 비법 양념장에 수육을 찍으면 더 맛이 있다. 푸짐하고 맛도 좋은 돼지국밥집이다.

국밥 5천 원, 따로 국밥 6천 원, 수육 1만 원. 영업시간 09:00~21:00. 부산 동구 중앙대로533번길 4. 051-646-6295. 
완도식당

푸짐한 고기에 놀라고 김치 맛에 반하고

전통시장에 가면 없던 생기도 생긴다. 영도 봉래시장에 괜찮은 돼지국밥집이 있다니 '뽕도 따고 임도 보고'다. 전남 완도 출신의 김정업 대표가 하는 '완도식당'이다. 김 대표가 부산에 온 지는 40년, 이 자리에서 장사한 지 20년. 그래서 영도에서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단다.

돼지국밥을 시키려다 먼저 눈에 띄는 메뉴가 있었다. '새끼 보', 암퇘지의 자궁이다. 왠지 살짝 미안해서 소주 한 잔을 제물로 바쳤다. 돼지국밥의 국물에는 막장이 들었다. 소화가 잘되게 하고 느끼한 맛을 없애는 방법이란다. 부추가 넉넉하고 들깨도 살짝 올렸다. 싸고, 푸짐하고, 맛있는 한 그릇의 국밥이다. 김 대표는 "이게 뭐 별거인가? 시장통의 국밥인데.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고…"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국밥에는 밥이 적다고 여길 정도로 고기가 잔뜩 들었다.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푹 삭은 김치가 나왔다. 완도 땅에 묻어 숙성시켜서 가져왔단다. 이 집 갓김치도 여러 사람이 탄복했다. 전라도식이라기보다는 김 대표가 스스로 터득한 돼지국밥이다. 선지도 아주 신선하고 맛있다.

돼지국밥 5천 원, 수육백반 7천 원, 새끼보 7천~1만 5천 원. 영업시간 06:00~22:30. 일요일 휴무. 부산 영도구 태종로 133 봉래시장 안. 051-418-3186.
유황국밥

전국에서 유일한 유황 돼지국밥

오리만 유황을 먹는 줄 알았다. 부산역 근처를 지나다 '유황 돼지국밥'이라는 간판을 보고 호기심이 일어서 찾아보았다. 유황 돼지에 유황 한우까지 있다. 하지만 이곳 말고는 전국 어디에도 유황 돼지국밥은 없었다.

'유황 돼지국밥'은 유황 돼지찜에 유황 생돼지고기구이까지 취급하는 유황 음식 전문이다. 유황을 먹여 키운 100% 국내산 돼지를 사용한다. 돼지국밥집들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를 집어넣고 노력한다.

김성자 대표는 "유황 돼지는 맹물에 삶아도 냄새가 안 난다. 육질 자체가 좋고. 유황은 몸에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아서 명품화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3개월 된 돼지에 유황을 3개월 먹여 6개월째에 잡는단다. 유황 돼지는 경북 영천에서 가지고 온다.

가게가 2층에 있는 데다 사람들이 유황돼지국밥에 대해 잘 몰라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단다. 김 대표는 "냄새 때문에 돼지국밥 안 먹는 사람들이 다 잘 먹고 간다"며 "꼭 한 번 유황돼지국밥을 먹어 보라"고 권한다.

유황 돼지따로국밥 5천 원. 유황 돼지수육백반 6천 원, 유황돼지찜 5천 원. 영업시간 09:00~21:00. 일요일 휴무. 부산 동구 초량2동 1211-1. 051-464-5551.
청춘국밥

맑은 국물에 토판염과 새우적으로 간

"서울에서 얼마나 돼지국밥이 먹고 싶었는지 몰라." 평생을 부산에서 살다 서울로 직장을 옮긴 친구의 첫 마디였다. 기차에서 내린 친구와 같이 간 곳이 부산역 앞의 '청춘국밥'이었다. 지금은 처자식 눈치 보는 중년이 되었지만, 한때 우리도 겁없는 청춘이었다. 돼지국밥과 소주 한 병을 시켰다.

그런데 이 집 돼지국밥이 좀 다르다. 맑은 국물이 꼭 쌀뜨물 느낌이다. 간도 전혀 안 되어 있다. 게다가 양념장까지 없다니. 여기서는 토판염과 새우젓을 반반 넣어 먹는다. 빨간 양념장이 들어가는 순간 국물 자체의 맛은 날아간다고 그 이유를 말한다. 이곳을 소개한 분은 "정석대로 육수를 빼고 고기를 삶는 집이다"며 추천했다. 토판염은 갯벌 흙을 단단히 다져 그 위에서 전통방식으로 얻는 천일염이다. 양념장이 꼭 필요하면 얼큰국밥을 주문하면 된다. 이름처럼 얼큰하다. 국밥집 사장님의 어머니가 "좋은 밥을 지어서 사람들에게 먹이면 당장 이문을 남길 수는 없어도 그 복이 너에게 돌아온다"고 말씀해주셨단다. '먹고 젊어져라'는 뜻의 청춘국밥이다. 우리는 코를 박고 열심히 국밥을 먹었다.

돼지·순대·섞어·얼큰섞어국밥 6천500원. 24시간 영업. 부산 동구 중앙대로 191. 051-465-1143.

글·사진=박종호·박나리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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