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팟캐스트] 5.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
'망함' 자랑하며 얻는 삶의 위안
청년들은 안다. 나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는 저 사장님도 사실 프랜차이즈회사에 내야 할 수수료를 내느라 마이너스 통장 메우기에 여념 없다는 것을. 나에게 월세를 떼어가는 저 건물주도, 보장되지 않는 노후에 믿을 건 건물 월세밖에 없다는 걸. 그러니까 이곳에선 을과 을들이 서로의 간을 주고받으며 겨우겨우 살아나가고 있다.
누구를 탓하겠나. 아버지의 일자리를 쪼개서 자식들의 직장을 만들자고 하는 나라에서. 온 마음을 다해도 들어주지 않는 우주를 탓해야지.
망한 사연에 묘한 중독성
쓴맛 많은 인생 위로 나눠
처음,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이하 요팟시)라는 프로그램 이름을 들으면 기시감이 인다. 1995년부터 이어온 문화방송(MBC)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변주한 이름이다. 이름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간판 코너인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처럼 요팟시는 청취자들의 사연을 받아 읽어 주는 팟캐스트다.
다만 이 팟캐스트의 가장 큰 매력은 사연의 내용에 있다. 사연의 기준은 오직 하나, '누가 누가 더 망했나'다.
그러니까 청취자들은 어떻게 속았고 어떻게 당했는지, 왜 그 사람을 따라갔는지, 떼인 돈을 받지 못했는지 털어놓는다. 진행자인 유엠씨(UMC/UW)는 힙합 래퍼로 활약했는데, 굵고 걸쭉한 그의 목소리로 망함의 기승전결을 조곤조곤 읽어준다.
이 팟캐스트의 중독성은 청취자들이 병아리처럼 줄을 서서 '망함'을 으쓱거리는 태도에 있다. 팟캐스트 프로그램 중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요팟시에 사연이 소개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그래서인지 청취자들은 줄을 서서 "아니 유엠씨, 제가 더 망했다니까요"라고 앞다투어 손을 든다.
단맛보다 쓴맛이 많은 게 인생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 날들이 있다. 개인적으론 기쁨이 주는 만족감보단 망함을 피했다는 안도감을 훨씬 더 자주 느끼고 산다. 나만 그런가 싶어 SNS 세상에 접속하면 쏟아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잘남과 멋짐에 "아, 나만 그렇구나"하면서 다시 자신을 탓한다.
요팟시는 자신의 팟캐스트를 이렇게 소개한다. '인생이 고달픈 세계인의 친구-요즘은 팟캐스트 시대'. 각자 다른 이유로 고달프겠지만, 그래도 속상한 너와 내가 있다는 것. 바보 같고 목소리 작은 우리도 한데 모여 떠들 수 있다는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큰 위안이 있으랴. 조소희 기자 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