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고법원 설치 논의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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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점인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 필자의 지인 한 명이 사업에 꼭 필요한 토지를 매수하려는데, 그 토지의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이 대법원에 계속 중이어서 소유자가 확정되지 않아 그 토지를 매수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 지인은 대법원에 그 사건이 접수된 지 1년이 훨씬 넘었는데 앞으로도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호소하더니 얼마 후 결국 그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2년이 넘도록 처리되지 않고 있는 사건이 700건 가까이나 된다고 하니 위 사례가 그렇게 예외적인 경우는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대법원을 비난할 수만도 없는 것이 2014년 기준으로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수가 3만 7천 건을 훨씬 넘으니 그 많은 사건을 다 신속하고도 충실하게 처리하는 것은 누가 생각하더라도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이러한 상고심 재판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상고법원 설치에 관하여는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상고법원 설치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변호사들 중에서도 서울, 인천, 대구, 전주의 변호사들은 상고법원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인 반면 부산, 울산, 경남 변호사회는 상고법원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측의 주된 이론적인 근거는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이 아니라 일반 법관으로 구성된 상고법원이 상고심을 담당하는 것은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에는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모든 사건의 상고심을 대법원이 관할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그리고 주요 선진 각국의 상고제도를 보더라도 모든 상고사건을 최고법원이 재판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 헌법재판소에서도 이미 헌법의 해석으로 대법원이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서 관할하여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결정한 점 등을 보더라도, 상고법원의 설치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 생각으로는 부산 변호사회를 비롯하여 부산지역의 일부 여론이 상고법원 설치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2005년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가 무산된 경험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현재 논의 중인 상고법원 안이 서울에 1개의 상고법원을 설치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고등법원 상고부 안과 실제 내용에 있어서 유사한 것을 감안하면, 부산 변호사회 등이 상고법원 설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상고법원이 서울에 설치된다고 하여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고 반대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상고법원의 부산지부 유치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상고법원을 일단 서울에 설치한 후 지역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은 순회재판 형식으로 지방에서 구두변론을 진행하는 방안, 상고이유서 등 소송서류를 지역의 원심 법원에서도 접수하고, 대법원 국선변호인 명단에 원심 소재지 변호사를 포함시키는 방안 등 지역 주민들의 상고심 재판에 대한 접근 편의를 높이는 방안들을 순차적으로 시행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고법원 지부 설치를 추진하는 것이 상고심 재판의 지역 유치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인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현재 대법원의 과중한 사건 부담으로 상고심 재판이 지연되고, 형사사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고사건이 판결 이유도 없는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고 있어 그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고제도의 개선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모쪼록 이번 국회에서 상고법원 안에 대한 충실한 논의를 거쳐 국민 모두의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상고제도가 개선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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