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뇌 혹은 뇌혈관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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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철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신경외과 교수

"갑자기 어지러운데 뇌졸중이 온 것은 아닌가요."

"머리가 아픈데 뇌에 이상이 있는 건가요."

외래 환자를 보며 수없이 듣는 질문이다. 대개는 "뇌혈관 사진을 찍어 보고 다시 말씀을 드리겠다"고 대답하고 다음 환자 진료를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 환자들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이 자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보통 두통이나 어지럼증의 95% 정도는 뇌혈관이나 뇌 자체의 이상이 아닌 긴장성 두통, 편두통, 전정 기능 이상, 미주 신경 이상 등의 질환들로 나타난다. 5% 정도만이 뇌 또는 뇌혈관에 이상이 있어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낮은 빈도를 보이는 뇌 또는 뇌혈관 이상을 진단하기 위해 고가의 뇌혈관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나 뇌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검사를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은 환자들이 늘 갖는 불만이다. 뇌나 뇌혈관 이상으로 인한 두통과 그 밖의 병으로 인한 두통이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보통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두통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머리에서 번개가 치는 듯한 두통, 박동성 두통, 아침에 두통이 생기고 구토가 동반하는 증상을 호소한다. 그런데 이는 뇌 또는 뇌혈관 문제가 아닌 병들로 인한 두통과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뇌 또는 뇌혈관 문제로 인한 어지럼증도 다른 문제로 발생하는 어지럼증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병이 환자에게 미치는 신경학적 손상이 미미하거나 없다고 한다면 굳이 영상 검사를 통해 뇌나 뇌혈관 질환을 적극적으로 제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뇌 또는 뇌혈관 이상으로 발생하는 두통 또는 어지럼증은 수술 또는 시술적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고 병이 방치됐을 때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도 두통 또는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에 걸어서 들어왔는데 응급 정도에서 순위가 뒤처져서 검사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의식 저하, 호흡 마비가 발생하는 경우를 간혹 볼 수가 있다. 그런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뇌혈관을 전공하는 전문의들은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영상 검사를 통해 뇌 또는 뇌혈관 질환을 확인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검사의 비용, 조영제 부작용 등 검사로 인해 환자가 입을 수 있는 손해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진료를 볼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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