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PNH(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생명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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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어떤 질환

적혈구가 쉽게 파괴되면서 오는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은 적혈구 파괴에 따른 혈전이 주요 장기에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그림은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이 유발할 수 있는 각종 합병증을 보여 준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제공

A(33) 씨는 언젠가부터 늘 기운이 없었다. 가끔은 배가 심하게 아프기도 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감과 복통은 어느새 일상이 돼 버렸다. 아무래도 몸이 이상하다 싶어 병원을 찾은 A 씨. 의사의 설명을 듣고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이라는 희소질환 진단을 받았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혈액종양내과 주영돈 교수는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은 진단 환자가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으로 불릴 정도로 무섭고 위험한 질환이다"고 말했다.

적혈구 파괴로 발생하는 희소질환
피로·복통·콜라색 소변, 주요 증상
신체 여러 부위 혈관에 혈전증 유발
간·폐 등 주요 장기 합병증 불러
진단 환자 33%는 5년 내 사망

부산·울산·경남지역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권위자인 주 교수의 도움말로 증세와 치료법을 상세히 알아보자.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적혈구 파괴(용혈 현상)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주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병원을 찾아 치료받기가 쉽지 않다. 증상이 모호해 심각한 질병으로 인한 것인지를 알아채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질병에 걸린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으로 나타났다. 가정을 이뤄 한창 사회생활을 할 나이에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게 되면 환자들은 대부분 엄청난 충격으로 깊은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비교적 잘 알려진 희소질환인 루게릭병은 국내 환자 수가 1천500~2천 명,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국내 환자 수가 1천~1천500명 수준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으로 병원에서 진단받은 환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4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다른 희소질환보다 더 드문 질환이지만 언제 목숨이 위태로워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이 질환은 적혈구를 보호하는 방어 단백질이 부족해서 적혈구가 쉽게 파괴되면서 비롯된다.

주 교수는 "적혈구 파괴로 발생한 혈전이 혈관을 막거나 신장, 간, 뇌, 폐 등 주요 장기에서 합병증을 일으킨다"면서 "전체 진단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진단 5년 이내에 사망하는 무시무시한 질환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심각한 질환이지만 환자들은 정작 자신의 증세만으로 쉽게 병을 의심하지 못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지속적인 피로감, 복통 등이 있다.

국내에서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질환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실제 발병 후 1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지난 후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 질환은 사망률이 높으므로 증세를 깨닫고 최대한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갑자기 목숨을 잃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사망자 가운데 40~67%가 혈관 또는 동맥혈전증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피로감, 복통, 콜라색 소변 등 증세

국내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환자들이 느낀 가장 대표적 증상은 피로감(76%)이다. 다음으로 콜라색 소변(56%), 복통(47%), 숨 가쁨(37%), 흉통(13%) 등이 주요 증상이다.

주 교수는 "환자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다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까다로운 질환이다"라며 "적혈구 내 내용물이 혈류로 방출되면 해로운 작용이 빚어져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데 신부전과 함께 간, 뇌, 폐 등 주요 장기를 손상하는 혈액 응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혈액 응고는 신체 여러 부위 혈관에 혈전증을 유발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환자에게는 조혈기관인 골수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재생불량빈혈이나 골수이상증후군이 함께 올 수도 있다. 이들 질병은 혈구 세포 생산을 감소시켜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환자는 치료 요법과 증상 완화 요법 중에서 적합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 치료 요법은 골수이식과 약물투여가 있다. 골수이식은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유일한 완치요법이다. 하지만 환자 몸에 맞는 골수를 찾기가 어렵고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를 공격하는 이색 편대 숙주병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적혈구가 깨지는 현상을 감소시키는 약물치료 방법도 있다. 이는 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은 심각한 합병증을 앓는 일부 환자들에게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증상완화 요법은 용혈에 의한 빈혈증상이나 단편적인 용혈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일시적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대증 요법이다. 빈혈을 완화하기 위한 수혈, 혈전을 예방하기 위한 항혈액응고제 투여 등의 방법이 이에 포함된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혈액종양내과 주영돈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제공
주 교수는 "환자들의 만성 용혈을 감소시키는 것이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치료의 주된 목표로 현재 유일한 약물 치료 방법은 건강보험 적용이 다소 제한적이다"면서 "증세가 심각한 환자들이 생명 연장을 위해 마음 놓고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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