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마라톤 회담' 막전막후] 거친 설전, 정회 거듭… 서울·평양발 훈령 장시간 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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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재개한 가운데 2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개성공단 차량이 평소처럼 임진강을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을 놓고 남북 고위급 대표단이 판문점에서 지난 22일부터 24일 밤 늦게까지 사흘째 밤샘도 무릅쓰며 '사생결단'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무후무한 '마라톤 협상'이다보니 회담장은 물론 장외에서까지 피말리는 '샅바싸움'과 신경전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사흘째 밤샘 '사생결단 협상'
김관진-황병서 별도공간 담판
철통보안 속 완전 비공개 진행
'추측성 보도로 판 깨질라…'
취재진 질문에 모르쇠 일관

■김관진-황병서 '무박 3일' 협상


정부 관계자는 "남북회담에서 밤샘협상은 늘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이틀 연속 밤을 새고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경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감 속에 남북 회담장에서 팽팽한 기싸움과 샅바싸움이 벌어진 경우도 보기 드물다.

고위급 회담은 통상 사전 실무접촉을 거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접촉은 북측의 포격 도발과 경고성 포격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준전시상태' 선포 등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극적으로 성사된 까닭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로 인해 양측 수석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무박 3일'의 마라톤 협상에서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 실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협의해 풀어나가는 수고를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고위급 접촉에서 주요 쟁점을 두고 남북 간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1차 협상은 물론 2차 협상에서도 정회가 거듭되고 있다. 때로는 양측이 얼굴을 붉히며 거센 설전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시급한 사안인 군사적 위기 해소를 위한 해법 논의에서부터 이산가족 상봉,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조치 등 남북 정상회담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남북 간 현안이 의제로 올려지면서 협상 분위기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밀도 있는 대화를 통한 접점을 찾기 위해 김관진 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간 1대 1 수석대표 접촉이 협상장이 아닌 '평화의집' 내 별도 공간에서 이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양측이 각각 서울과 평양으로부터 훈령을 받기 위해 장시간 협상을 멈춘 채 대기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북측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협상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판 깨질라' 남북 모두 초긴장

현재 남북 고위급접촉은 철통보안 유지 속에 완전 비공개로 진행중이다.

그러다보니 청와대나 통일부, 국방부 대변인이 출입기자에게 중간 브리핑이나 회의 진행 상황을 알려주거나 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 회담 관련 사실을 확인하거나 질문을 해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일부 추측성 보도가 나갈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추측성 보도가 자칫 북측 대표단을 자극할까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현재 이 시간에도 남북의 고위급 대표가 엄중한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 속에서 장시간 팽팽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우리 언론(보도)의 기사 한 글자 한 글자가 협상에 실시간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확인되지 않은 추측 보도는 자제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청와대는 24일 현재 사흘째 비상대기 상황을 유지하며 고위급 접촉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병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고위급 접촉이 시작된 22일에 이어 23일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 판문점 핫라인을 통해 시시각각 전달되는 회담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관련 부처와 수석실 등을 통해 북한 측의 제안내용 등 고위급 접촉의 주요 진행 상황과 북한군의 동향 등을 수시로 보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당국에 따르면 고위급 접촉은 비공개로 이뤄지지만, 판문점 회담장의 경우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박 대통령도 고위급 접촉 상황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협상진행 상황과 관련한 의중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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