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과 풍력 회사 대표의 통념 날린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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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록(왼쪽) 에너윈코리아㈜ 대표와 부일전자디자인고 박종호(오른쪽) 교장, 왕성진 군이 풍력발전기 모형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처음 고등학생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부일전자고 왕성진 군·오영록 대표
풍력발전기 신기술 개발 의기투합


서울에서 풍력발전기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오영록 에너윈코리아㈜ 대표는 새로운 방식의 풍력발전기에 적합한 전력변환장치 개발 인재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 부일전자디자인고 전자과 3년 왕성진(19) 군의 홈페이지를 보고 무릎을 쳤다.

오 대표는 "기술 수준 등을 보고 처음에는 일반인인 줄 알았다"며 "특히 함께 일해 보니 왕 군은 1인 4역의 몫을 충분히 해내 또 한 번 감탄했다"고 말했다.

전기전자회로 설계, 이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프로세서 프로그램 개발, 원격제어를 위한 서버 개발 등 일반 기술자 3~4명이 담당해야 하는 일을 혼자 척척 해냈다는 설명이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서 태어난 왕 군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 등 전자부품을 분해하며 놀았다. 버려진 라디오와 냉장고 부품을 이용해 소형발전기와 자동제어기를 만들기도 했다. 영도중 1년 때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동안 개발한 내용을 모두 올렸다. 2년 때는 테슬라코일 등 고전압 장난감 전기충격기를 만들기도 했다.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부일전자고에 진학했다.

부일전자디자인고 박종호 교장은 "입학할 때 왕 군이 '큰 꿈이 있는데 마음껏 공부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왔다"며 "그 눈빛이 마음이 들어 끼와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전자회로·프로그램 전공 교사를 붙여 주었고, 학교 연구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왕 군은 방학 때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 연구실로 나왔다.

왕 군은 고2 때 웹과 연동한 원격제어시스템을 만들었다. 인터넷으로 안방과 부엌 등의 전등을 제어할 수 있게 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오 대표는 "2013년 기존 풍력발전기와 특성이 다른 새 풍력발전기를 개발했는데 이 특성에 맞는 전력변환장치를 개발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왔다"며 "왕 군의 홈페이지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지난해 5월 왕 군과 만난 후 6월부터 풍력발전기 원격제어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현재 인천 옹진군 덕적도의 풍력발전기에 적용, 활용하고 있다.

왕 군은 "각종 전파의 노이즈를 차단하는 게 가장 어려웠는데 적절한 노이즈필터를 적용해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왕 군을 특별 채용해 '풍력발전 효율운전장치 개발'은 물론 미국 유학 등도 시킬 계획이다.

그는 "새 풍력기술의 하드웨어는 개발을 완료했고, 여기에 소프트웨어와 운전기술까지 확보하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된다"며 "앞으로 미국과 중국 영국 등에 풍력발전기를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교장은 "왕 군의 사례는 특성화고교 후배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 군은 "제가 배운 기술들을 더욱 갈고 닦고 공부해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사진=김경현 기자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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