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수 수질관리 맡겼는데 되레 수질을 조작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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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환경공단 산하 하수처리장들이 상습적으로 처리수의 수질을 조작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부산지검 형사4부는 최근 부산환경공단(이하 공단) 수영하수처리장 소장 이 모 씨, 공단 본부 사업운용팀 팀장 안 모 씨를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2013~2014년 수영·강변·남부 등 3곳의 하수처리장의 수질 측정 업무를 담당하며 자동측정기(TMS) 측정값을 600여 차례나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속된 이 씨 등은 방류수 수질이 기준치 이내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이 같은 조작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수 수질 조작은 하천과 바다 생태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 행위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검찰이 공단 직원 40명 이상을 피의자 신분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있는 사실에 비춰 수질 조작은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짐작게 한다. 공단 인건비·운영비 등 연 650여억 원 전액이 부산시 예산에서 지원되는 만큼, 공단이 시민을 기만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환경부 감사에서 조작 사실이 지적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공단은 측정값의 오차 범위 내에서 이뤄진 관행적 일로, 수질오염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검찰의 수사 결과로 공단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수질관리가 개인에겐 근무평정에, 공단에겐 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항목으로 알려졌다. 이 바람에 엄격히 관리돼야 할 TMS마저 무력화된 셈이다.

문제는 공단이 여전히 사태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단 측은 "향후 재판에서 하천 생태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불가피하게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항변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감사에서 적발돼 검찰의 수사로 명백히 밝혀진 불법 행위마저 인정하지 않으려는 폐쇄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공단은 왜 이런 일이 생겼으며, 어떤 조치를 취했고, 관련자는 합당한 징계를 받았는지 등을 시민에게 소상하게 설명하고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게 옳은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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