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총장 간선제 추진 방침 철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대 "원점 재검토"…시민단체·정치권 성명

안홍배 부산대 부총장이 18일 대학본부에서 기자들에게 고(故) 고현철 교수의 장례 문제와 총장 선출방식 등을 둘러싼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총장 직선제 유지를 요구하며 투신한 고현철 교수 사건을 기점으로 부산대가 간선제 추진 일정을 중단하고 총장 선출 방식을 원점에서 재협의하기 시작했다.

부산대 김기섭 총장의 사퇴 발표로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안홍배 교육부총장은 18일 교수회와의 총장 선거방식 논의 방향에 대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선입견 없이 대학 구성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대학본부는 지난 17일 긴급회의에서 김 총장의 사퇴와 함께 향후 선거 방식에 대해 교수회와 협의해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부총장 "고인 희생 욕되지 않게"
대학본부-교수회 협의단 구성
직선제 포함 원점서 재검토키로

대학 안팎서 "교육부 비판" 성명
20일 국립대 9곳 연합회 총회


안 부총장은 "총장 직선제에 따른 교육부의 행·재정적 지원 중단에 대한 부담 때문에 3년 동안 대학이 갈등을 겪었는데, 대학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상황에서 (그와 같은) 불이익 때문에 다시 구성원의 의지를 꺾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사회가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인의 희생을 욕되게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직선제 유지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고 교수는 "총장 직선제 약속 이행하라"를 외치며 투신했고, 지난해 12월 교수회의 교수총투표에서는 84%가 직선제안을 지지했다.

대학본부는 18일 교수회와 처음 만난 데 이어 교수회가 협의 대표단을 구성하는 대로 최대한 고 교수의 장례 절차와 총장 선거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다.

부산대가 차기 총장을 직선제로 뽑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교육부의 총장 직선제 폐지 정책에 대한 반발도 사회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12년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서 '총장 직선제 개선'을 과제로 제시하고,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전국 국립대에 간선제를 도입하도록 압박했다. 부산대는 전국에서 직선제로 남아있는 유일한 국립대다.

전국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거국련)는 오는 20일 총회를 열고 국립대 교수사회의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거국련에는 부산대를 포함한 9개 대학 교수회가 참가하고 있다. 교육부의 압박으로 이미 간선제를 도입한 39개 국립대에서도 직선제 전환에 대한 요구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고 교수의 투신에 대한 대학 안팎의 성명도 교육부를 향하고 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돈으로 대학을 압박하는 정부는 정신 차려라"는 성명을 냈고, 부산학부모연대는 "민주화의 산물인 대학 총장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도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부산작가회의와 한국작가회의도 공동 성명을 내고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고 교수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뿌리 박힌 비민주적 행태에 맞선 최후의 선택"이라며 "소중한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정부는 이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수·최혜규 기자 edu@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