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라테' 삼락천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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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가 가득한 낙동강물이 10일 부산 북구 구포동에서 사상구 감전동에 이르는 삼락천에 유지용수로 유입되면서 삼락천이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정종회 기자 jjh@

2013년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삼락천이 상류부터 하류까지 '녹조라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시퍼렇게 변했다. 전문가들은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물을 하천 수량을 채우기 위한 유지용수로 끌어온 것을 원인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오전 삼락천의 최상류 구간인 부산 북구 구포축산물도매시장 앞. 낙동강물 취수구에서 녹색 낙동강물이 콸콸 쏟아졌다. 삼락천으로 유입된 녹색 낙동강물은 축산물도매시장을 지나 감전 유수지까지 흘렀다. 삼락천 4.6㎞ 전 구간을 녹조가 뒤덮은 셈이다. 이 때문에 삼락천 상류에서 발견되던 붕어와 잉어, 모래무지, 치리, 끄리 등의 물고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673억 원 들여 생태하천 복원 
하루 최대 8만t 낙동강물 유입
 
강 녹조성분 삼락천 전체 점령
"취수구 이전 등 대안 고민을"

부산시 낙동강사업본부(현 낙동강관리본부)는 2010년부터 8월부터 사업비 673억 원을 들여 2013년 6월 삼락천을 생태하천으로 준공했다. 북구와 사상구의 경계 지점에 낙동강물을 취수해 하루 최대 8만t까지 삼락천으로 흘려보내는 게 사업의 핵심이다. 문제는 여름마다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가 삼락천에도 그대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 지난 3일 낙동강환경유역청의 낙동강 수질 분석 결과 클로로필-a 농도가 15㎎/㎥, 남조류의 세포 수가 500세포/mL 이상으로 '조류 주의보' 기준을 초과했다. 삼락천은 낙동강물 취수구가 유속이 느린 강 가장자리에 있다 보니 녹조가 대량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우려되는 점은 비가 예고된 12일 10㎜ 이하 소량의 비가 내릴 경우 비점오염원이 녹조로 뒤덮인 삼락천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물고기 떼죽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부산에는 삼락천 외에도 온천천과 학장천이 낙동강물을 유지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심각한 낙동강 녹조 현상으로 이들 생태하천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온천천에는 물금에서 취수해 전처리되지 않은 물이 하루에 3만~4.5만t씩 들어오기 때문에 녹조가 일부 포함돼 있다. 폭염이 지속될 경우 온천천에도 심각한 녹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삼락천과 같은 녹조의 대량 유입이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 김맹기 소장은 "녹조가 가득한 하천에서는 물고기가 호흡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녹조의 한 종류인 남조류는 독성까지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생태하천에는 낙동강물을 유지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근본적 한계 때문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취수구 앞에 망을 설치하거나 약품을 사용하는 녹조 제거 방법이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지금이라도 녹조가 생태하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취수구를 녹조가 심하지 않은 지역으로 옮기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생태하천에 낙동강물을 끌어오는 것 외에도 빗물을 활용하는 등 유지용수 다양화 시도를 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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