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팟캐스트] 1. 송은이&김숙 비밀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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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연인 양 고민 같이 풀어주는 언니들

팟캐스트는 오디오나 비디오 파일 형태로 뉴스나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망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누구나 자유롭게 만들고 배포할 수 있다. 공중파 방송은 시간에 얽매이지만 팟캐스트는 언제든지 내려 받기만 하면 청취할 수 있다. 아이폰 사용자는 이미 깔려 있는 앱에서,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팟빵, 팟드로이드 같은 앱을 다운로드 하면 들을 수 있다. 팟캐스트를 안내하는 '팟빵'에는 6일 현재 6천387개의 채널이 열려 있다. 음악, 사회, 정치, 코미디까지 장르도 유형도 다양하다. 매주 한 차례 흥미로운 팟캐스트를 소개한다.

MBC 일일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에서 경순은 친구 지영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색다른 고민 상담 프로그램
경험자에게 전화해 답변
진행자 '풍성한 인맥' 큰 힘

"그래도 남편 그늘 안에서 남편이랑 살아야지, 이혼은 하지 마.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더불어 사는 것도 아니고 동반자도 아니고 남편 그늘 안에서 살아야 한다니. 이봐요, 헌법재판소에서 호주제가 위헌판결난 지 10년이 지났단 말입니다.

일일 드라마야 고정 시청자 층을 위해서 이런 대사를 한다손 치더라도 '무한도전'은 조금 너무했다.

지난 6월 27일 방송된 434회 무한도전에서 김숙과 송은이, 신봉선은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데서 찾아야 한다'는 멤버들의 권유로 지상렬과 김제동, 김영철과 소개팅을 했다.

착즙기로 쥐어짠다고 나오는 게 사랑이면 세상에 사랑 못할 사람도, 결혼 못할 사람도 없다. 결혼이 품앗이도 아니고, 아나바다 운동도 아닌데, 눈 낮춰서 광명 찾자는 잔소리를 명절 제삿상이 아니라 토요일 밤 예능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헛헛한 마음 붙잡으려 우연히 내려 받은 팟캐스트 '송은이&김숙 비밀보장'을 듣자마자 '언니들 만세!'를 외쳤다. 그래, 나는 이런 언니들을 기다리고 있었어!

'비밀보장'은 이름에 걸맞게 고민상담 프로그램이다. 다른 상담프로그램과 다르게 고민을 들어주는 그들의 방식이 풍성하다.

단순히 답변과 조언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고민을 듣고, 비슷한 고민을 했을 만한 지인에게 전화해 당사자의 경험과 심경을 듣는다.

가령 재테크에 관해선 연예계에서 짠돌이로 알려진 김생민에게, 동성애자인 것을 부모님께 고백할 것이냐, 말 것이냐와 같은 질문엔 홍석천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언니들은 전화를 걸어 "청취자 사연이라 그런데~"로 시작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로 치환시키거나 우리 동생 이야기라고 말한다.

친구한테 돈을 얼마까지 빌려줘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동안 돈 좀 뜯겨본 김숙의 지인이 조언을 보태다가 "옛날에 빨간 딱지도 붙이러 가본 적이 있어"라고 회한에 젖는다. 질문 하나는 이야기가 된다.

6일 현재 17회까지 왔다. 다운로드 수는 100만을 넘어 전체 팟캐스트 순위 중 1~5위를 오르내린다. 언니들이 가진 관계의 힘이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두터운 관계 하나만 있어도 삶은 안락하지만 작은 관계 여럿으로도 우리는 풍성하게 살 수 있다. 결혼과 연애는 정답도 종착역도 아니기에 여러 관계들의 소중함을 모아모아 살면 된다. 어느 쪽이건 선택하면 되고 누구도 그것을 강요할 순 없다.

이 언니들은 이렇게 풍성한 관계 속에서 심지어, 우리의 고민도 제 이야기처럼 들어준다. 언니들을 다그치지 말아 달라. 지금 충분히 즐거우니까. 조소희 기자 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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