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20년, 방향 잃은 물길 2부] 4. 진정한 생태하천 위한 3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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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생태하천 원해?… ①자연 중심 ②통합 관리 ③장기 계획이 답!

부산의 대표적인 도심하천인 온천천 전경. 부산 시민의 삶과 밀접한 하천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생태를 중심에 두고 관리 주체를 일원화해 멀리 내다보는 행정이 필요하다. 부산일보 DB

부산은 물의 도시이다. 바다로 유명하지만, 도심을 흐르는 국가 및 지방하천만 무려 49개나 된다.

해운대, 광안리 등 일부 지역에서만 접할 수 있는 바다는 시민들이 바라볼 수 있는 '경의의 대상'으로서의 자연에 가깝다. 하천은 부산 전역에 흩어져 핏줄처럼 흐르고 어디서나 가까이 있어, 거닐 수도 있고 물의 내음을 맡을 수도 있는 '생활 공간'으로서의 자연에 가깝다.

인공 생태공간 결국 외면받아
접근성보다 수질에 방점을

환경·국토부로 나뉜 관리 주체
하나로 모아야 수질 관리 가능

지자체장 임기 내 준공하려다
생태 빠진 공원 사업 펼쳐


이 때문에 하천이 맑아지면 시민의 삶의 질도, 도시 이미지도 바뀔 수 있다. 부산시가 수천억 원을 하천 생태복원을 투입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방향성과 통일성이 없어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하천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하천 생태 복원을 위한 거시적인 방향부터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생태복원의 목적은 '생태'

강과 하천 관련 생태복원은 '공원공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길을 따라 자전거길을 놓거나, 지형을 평탄화한 뒤 벤치를 만들고 나무를 심는 식이다. 강서구 지사천의'고향의 강' 사업 현장에선 직선화된 하천에 시멘트 산책로를 만들고 생태하천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런 생태 복원에선 자연이 빠져 있고, 인공적인 생태 공간은 외면을 받기도 쉽다. 4대강 공사로 급조된 자전거길과 공원이 이용객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부산진구 동천의 경우 일부 구간에 목재데크까지 깔렸지만 악취가 심해 이용하는 이가 전무한 실정이다.

반면 전주시가 1998년 공원화 계획을 백지화하고 자연형 하천으로 전주천을 꾸며, 시민으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일본 키타규슈 시의 바치 천의 경우 우리로 치면 자전거길과 산책로가 있을 법한 하천 둑길을 수풀로 덮었다. 그 덕에 도심 한복판에 진짜 생태계가 들어서 있어, 지역민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었다.

학장천살리기시민모임 강미애 대표는 "하천 복원이라는 게 이용 편의성이나 접근성을 높이는 걸로 오해를 많이 한다"며 "생태 복원의 근본 목적은 생명 다양성 확보, 수질 개선 같은 자연 중심이다"고 말했다.

■효율적 복원은 '통합관리'부터

지난해 8월 시간당 130㎜의 집중호우가 내린 뒤 부산의 하천 생태계는 퇴보했다. 폭우로 인한 피해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연적으로 복원될 수 있다. 문제는 행정당국이 대천천, 온천천, 수영강 등에 굴착기를 동원해 시멘트와 돌로 하천벽을 인공화시킨 것이다. 생태계는 끊겼고, 수십 년 동안 계속됐던 생태보존을 위한 노력도 허사가 되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하천에 대한 관리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질 관리와 생태 복원은 환경부의 주된 업무지만, 안전 공사는 국토부에서 주관한다. 부산시 안에서도 생태를 담당하는 하천복원팀과 공사 등을 담당하는 하천관리팀이 따로 있다. 한 쪽에서 한 일은, 다른 팀이 덮어버릴 수 있는 구조다.

하천 행정 모범국들의 상황은 다르다. 프랑스는 '시칼라(Sicala)'라는 하천통합관리기구가 하천 행정을 조절하고 있어 행정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의회도 통합관리를 위해, 물순환정책본부를 설치하는 등의 물순환기본법을 통과시켰다. 통일된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생태 복원과 효율적 물관리 모두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차분히 기다려야 변한다

하천 생태복원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은 다른 행정 정책과 마찬가지로 '조급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폭우로 흙이 쓸려갔다고 몇 개월 만에 사방공사를 해 계곡을 인공하천으로 만들기도 하고, 몇 개월 만에 생태하천 조성 계획을 짜내 예산을 타낸 뒤 자전거길을 까는 졸속 복원도 벌어진다. 일본이 구마강 아라세 댐을 허는 데 5년간 천천히 공사를 벌이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하천행정의 조급증은 지자체장 임기 내 준공을 하려는 성과주의 문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가 공모형식으로 생태하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급하게 지자체들이 안을 마련해 응모하는 국가행정 스타일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조급하게 추진되는 생태하천 계획은 생태 복원보다는 공원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지기 쉽다는 것. 또 통합관리 주체가 없으면 장기간에 걸친 본질적인 복원 사업은 중간에 무산되기도 쉽다.

대천천네트워크 강호열 사무처장은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면 수질 개선, 생명 다양성 확보 같은 장기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통합관리의 필요성도 못 느끼기 쉽다"며 "10년 뒤, 20년 뒤 부산의 생태계를 천천히 그려보고 장기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일부터 차분히 시작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끝-

특별취재팀 river@busan.com


특별취재팀 : 박진국, 김백상, 황석하, 이대진, 장병진 기자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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