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수동 책방골목 보존,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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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전국에서 마지막 남은 헌책방 집결지이다. 다른 도시의 책방거리나 골목은 이윤의 논리에 밀려 다른 업종으로 대체되면서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보수동 책방골목은 존재 자체가 부산시민에게 큰 자부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50곳에 가까운 책방골목 내 중고책 서점들은 요즘 위기감에 싸여 있는 상태다.

책방골목의 명성이 높아지고, 인근 국제시장과 부평동 깡통시장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골목 방문객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골목에는 책방을 제치고 현재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10여 개의 커피점과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이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또 최근에는 책방골목 존속에 밑거름이 됐다는 상징성을 지닌 한 중고 서점이 임대료 연체로 골목을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곳에서 40여 년간 영업을 해 온 이 서점의 이탈을 두고 책방골목 쇠퇴의 전조로 보는 서점주인들이 많다고 한다.

부산시와 중구청은 이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올바른 처방을 할 수 있다. 간판교체나 가림막 설치 등의 환경개선이나 문화축제 개최, 관광객 유치 같은 지원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낙후지역 개발 후 높아진 임대료에 기존상인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차원에서 이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 당국은 번영회와 힘을 합쳐 건물주와 서점 주인 간의 상생협약을 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부산의 문화자산이라는 보수동책방골목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해 임대료 일부 지원이 가능한지도 검토할 일이다.

건물주 역시 서점들과 자신들이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은 중고서점가란 특징이 사라지면 건물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자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적극적인 독서 장려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책방골목은 단지 관광객들이 사진촬영이나 하고 지나가 버리는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고책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보수동책방골목이 없는 부산, 생각만 해도 삭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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