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배-요트B 승선기] 바다·하늘 가르는 배 위에서 일상은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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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비' 레터링이 잘 보이는 갑판 위에서 백현충 선임기자 부부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재밌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다 뒤로 마린시티의 웅장한 건축물들이 보인다.

태풍 '할롤라'의 북상을 앞둔 27일 요트비를 시승했다.

천천히 계류장을 벗어나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리다 

선장의 환영 건배 제안에
승객들 입가에 번지는 미소 

하얀 갑판 위 상쾌한 바람에
족욕·선상 낚시 즐거움 더하니
색다른 여름의 추억이 남다

석양을 보기 위해 오후 7시 출항을 예약했지만, 선사 측은 태풍이 우려된다며 오후 4시를 권했다. 그러나 출항지인 수영만요트경기장에 나가니 하늘은 티 없이 맑고 파도도 잠잠했다. 태풍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무튼 태풍 때문인지 승객은 우리 부부를 포함해 6명에 불과했다.

요트비는 오후 4시 정확히 계류장을 벗어났다.

바다로 나온 요트비는 하늘 높이 커다란 돛을 올렸다. 선장이 승선을 환영하면서 건배를 제안했다. 다들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작은 식탁에 차려진 음료와 과일 꼬치를 맛본 뒤 아내와 함께 갑판에 올랐다. 하얀 갑판이 영화 속 장면 같았다. 갑판은 한여름임에도 생각보다 뜨겁지 않았다. 바닷바람이 열기를 식힌 듯했다.

주어진 항해는 1시간.

요트비는 동백섬을 돌아 광안대교로 순항했다. 바다에서 바라본 마린시티는 더 웅장했다. 거대하고 새파란 유리 외벽의 건축물은 푸른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묘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요트비 주변으로 카약과 윈드서핑, 쾌속 보트 등이 지나가며 제 나름의 여름을 즐겼다. 부산의 여름 풍경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었다.

세 가지 이벤트가 항행 중 진행됐다.

첫 이벤트는 족욕이었다. 작은 목조 욕탕에 얼음을 잔뜩 넣은 뒤 발을 담갔다. 더위에 약한 아내는 이를 유난히 좋아했다. 족욕이 끝나자 이물에 설치된 그물망에 그대로 드러누워 햇빛을 즐겼다.

그 무렵 한 승선원이 다가와 선상 낚시를 제안했다. 낚싯줄이 15m가량 내려가 바닥에 닿았다. 그럼에도 입질은 없었다. 다른 가족 중 한 명이 손바닥 길이의 보리멸 한 마리를 건져 올린 것이 이날의 전체 성과였다. 승선원은 "태풍 때문에 고기가 다 숨은 것 같다"며 웃었다.

마지막 이벤트는 바비큐였다.

요트비가 광안대교를 지날 무렵 서로 사진을 찍었다.

우리도 '요트비'라는 글씨가 잘 보이는 돛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아내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다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 순간 시원한 바람이 돛과 함께 얼굴을 스쳤다. 사진은 폴로라이드 형태로 하선 때 선물로 주어졌다.

요트비는 벡스코가 컨벤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고급 요트다. 그러나 일반인도 요금(1인당 6만 원)을 내면 즐길 수 있다. 정원은 26명. 단독 임대는 시간당 50만 원(4인 기준)이란다.

글·사진=백현충 선임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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