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장승포 침선 외줄낚시] 어초서 놀던 쏨뱅이·볼락·광어가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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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장승포 앞바다에서 새바다 호를 타고 외줄낚시를 한 부산 연산동 낚시고기횟집 이사라 대표가 어초 포인트에서 낚은 씨알 좋은 쏨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경남 거제시 장승포 앞바다 속에 배들이 가라앉아 있다. 수심 40~70m에 드문드문 웅크리고 앉은 배들은 대부분 일부러 그랬다. 폐선을 오염 방지 처리한 뒤 물고기 집으로 활용하기 위해 빠뜨린 것. 커다란 철 구조물이나 시멘트 구조물도 수백 개 있다. 인공 어초다. 침선(沈船)과 어초만 노리는 전문 낚싯배 '새바다 호'(선장 김옥돌·010-3598-2156)를 타고 침선과 어초를 찾아 외줄낚시에 나섰다. 미식가의 입을 사로잡는 붉은 쏨뱅이와 '신발짝' 크기의 볼락이 줄줄이 올라왔다.

수심 40~70m에 빠뜨린
폐선·인공 어초 수백 개
씨알 좋아 낚시꾼들 선호

살아있는 생생한 미끼 필수
걸렸다고 바로 올리면 낭패
느긋하게 잠시 기다려야

■'낚시고기횟집' 인연


대물만 좇는 낚시동호회 '빅피싱코리아' 회원들과 대구을비도에서 취재한 뒤 뒤풀이를 한 식당이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있는 낚시고기횟집(051-865-4004)이었다. 대표인 이사라 씨는 물론 남편 이덕원 씨도 전문 낚시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제 한번 동행 출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1년이 지나서야 기회가 왔다. 부산일보 맛집 코너에 횟집이 소개되면서 다시 연락이 닿은 것이다.

이날은 유람 삼아 가는 날이라 고기를 살릴 물차는 가져가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다른 것을 가져간다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거제시 장승포 하얀등대에 도착한 건 새벽 4시.

대물 우럭을 잡으러 통영 먼 섬까지 가는 일정으로 알았는데 당일 물때 상황이 좋지 않은지 새바다 호 김옥돌 선장은 거제 앞바다 침선과 어초를 노릴 것이라고 했다. 새바다호는 연안부두 옆 하얀등대 쪽에 컨네이너 사무실을 마련했는데, 사무실 벽면은 대물 물고기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큰 고기가 이렇게 많이 나옵니까?" 오늘도 잡을 수 있겠느냐는 기대감을 잔뜩 섞어 물었다. 인상 좋은 김 선장은 "나가봐야 안다"고 짧게 답한 뒤 미소를 지었다.

대물만 노리다 보니 전동 릴을 포함한 장비가 만만찮았다. '빅피싱코리아' 기술 위원이기도 한 이덕원 씨는 이곳 포인트는 볼락, 열기, 쏨뱅이, 광어, 대 우럭 등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열기는 시즌이 조금 지나 빈도가 떨어진단다. 침선에 사는 대 우럭을 노려야 하는데 다른 곳과 낚시 형태가 다르다고 미리 알려주었다.

낚시고기횟집의 바깥주인인 이덕원 씨는 밑걸림이 많은 어초에서도 능숙하게 굵은 쏨뱅이를 걸어냈다.
'첫째, 절대 밑걸림을 두려워하지 마라. 둘째, 바닥에 걸렸어도 서둘러 채비를 들지 말고 기다려라'였다.

낚시인들은 밑걸림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채비를 들거나 감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익숙해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지침이었다.

■부부 조사 맹활약

장승포항을 나선 배는 새벽 바다를 달려 능포항으로 갔다. 거기에는 정치망이 있는데 오전 5시쯤 물고기를 걷는 시각에 맞춰가야 한다는 것이다. 낚싯배가 무슨 일로 그물배에 가나 했더니 당일 가장 싱싱한 미끼를 확보하기 위해서란다.

능포항 입구에 도착하니 막 정치망의 그물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쪽 선장이 하는 말이 오늘은 대멸(큰 멸치)이 별로 없다고 했다. 침묵이 흘렀다. 정치망이 점점 올라오자 주시하던 김 선장이 "밑에 대멸 좀 있네. 그거라도 주십시오"하고 말했다. 뜰채 서너 번에 멸치와 밴댕이, 전갱이, 살오징어 새끼, 갈치 새끼 등이 수북하게 쌓였다. 멸치는 쉬 상하니 얼음에 재고, 각자 한 바가지씩 나눠 챙겼다.
거제 장승포 새바다 호는 인근 능포항 정치망에서 당일 새벽에 거둔 생멸치로 볼락이나 우럭을 낚는 미끼로 쓴다.
"대멸을 써야 볼락이든 우럭이든 큰놈이 뭅니다. 여기 낚시의 특징은 살아있는 생생한 미끼를 쓰는 것입니다." 김 위원이 멸치는 입이 벌어지지 않게 정수리에 정확하게 꿰어야 한다며 시범까지 보여주었다.

첫 번째 포인트는 양지암 어초. 능포항에서도 가까운 곳이지만 '신발짝 볼락'이 많이 산다고 했다. 기자는 장비가 없어 이사라 대표의 장비를 나눠 쓰고, 김 위원은 별도의 장비를 썼다. 부산서 온 낚시인은 앞자리, 서울서 온 낚시인은 맨 뒷자리에서 낚시했다. 버저와 함께 내리고, 두 번 울리면 걷는 것은 선상낚시의 공통어인 모양이다.

수심 35m의 어초에서 연달아 입질이 왔다. '투둑투둑' 튼튼한 낚싯대 끝이 춤을 추더니 이 대표의 낚싯대에서 씨알 좋은 쏨뱅이가 올라왔다. 서울서 온 김선태 씨는 다른 사람이 다 고기를 올리는데도 입질을 못 받고 부진하더니 30㎝가 넘는 볼락을 잡아냈다. 이 대표가 고기를 빌려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울 광화문에 산다는 외줄낚시 마니아 김선태 씨가 대형 볼락을 걸어냈다.
이 위원도 몇 번의 입질을 받더니 제법 큰 쏨뱅이 몇 마리를 낚아 올렸다.

■대물 우럭 운수 좋은 날

그런데 생각보다 입질이 시원하지는 않았다. 장소를 서이말 쪽으로 옮겼다. 침선이었다.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선장이 전·후진을 하더니 정확하게 포인트에 배를 댔다. 밑걸림이 와서 화들짝 채비를 들어 올렸는데 동작을 본 김 선장이 한마디 했다. "걸린다고 바로 들어 올리면 고기 못 잡습니다." 머쓱해졌다.

결국 어쭙잖은 동작 몇 번을 하다 채비가 왕창 뜯겨 나갔다. 이 위원이 자신이 직접 마련한 채비를 주었다. 어제 늦게까지 만든 것이었다. 자주 낚시를 나오니 이제는 채비를 만들어 쓰는 게 편하다고 했다. 매주 2회 이상 출조를 하는 데다 수십 년 경력이니 현장 경험이 누구보다 풍부했고, 상황에 맞게 채비를 썼다.
장승포 새바다 호 김옥돌 선장이 뜰채로 광어를 들어올리고 있다.
이 위원은 10여 년 전 집 옥상에서 낚싯대를 손질하다가 감전사고로 손을 다친 뒤 제주도에서 요양한 적이 있다. 과연 몸을 회복할 수 있을까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가 다시 낚싯대를 잡았다. 낚시가 삶의 희망이 된 것. 지금도 갈치 배낚시 시즌이면 제주도로 가서 두세 달 있다가 온단다.

이 위원이 대물을 걸었다. 그러나 보통 덩치가 아닌지 그만 줄을 끊고 달아났다. 운 좋은 놈이다. 광어 포인트로 옮겨 중치급 광어 한 마리를 올렸다.

멀리 해금강 앞바다 어초까지 뒤졌지만 대 우럭 손맛을 보지 못했다. 쏨뱅이는 쉬엄쉬엄 올라왔다. 한낮이 되니 바다가 뜨거워졌다. 이 대표가 오이 냉국과 쏨뱅이 즉석 회를 준비했다. 피로와 더위가 싹 가셨다. 새벽에 아이스박스가 무거웠는데 그게 다 음식재료였다. 횟집 대표다운 준비물이다. 쏨뱅이 회는 먹어본 것 중 가장 달콤했다.
낚은 쏨뱅이로 즉석 회를 만들었다. 맛이 달콤했다.
침선 몇 군데를 더 들러 쏨뱅이 몇 마리를 추가한 후 귀항했다. 거의 밤을 꼬박 새운 강행군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 대표가 수박 화채를 또 내놓았다. 졸음이 싹 가셨다. 곧 제주도에서 이 위원이 잡은 왕 갈치 소식이 오면 낚시고기횟집에 한번 가야겠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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