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쳐 모인' 해양특수구조단 7개월간 바뀐 건 이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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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대형 해양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야심 차게 창설한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기본적인 구조 장비를 갖추지 못한 데다 현장 대응 능력도 기존 조직과 별반 다를 게 없어, 간판만 바꿔 단 '조삼모사 조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세월호 참사 대안으로 지난해 말 출범
62명 중 실제 구조 인력은 절반 수준
관할 해역 넓은데 전용 헬기 고작 2대

중앙해양특수구조단(해양특구단)은 지난해 12월 국민안전처 산하 기구로 공식 출범했다. 해난사고 현장에서 '골든타임'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해경 해체 뒤 구조·방제 베테랑 인력을 차출해 62명 규모로 조직을 새롭게 만든 것이다. 2012년부터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산하에서 심해 잠수 구조 등을 맡았던 해경 특수구조단(SRU·Special Rescue Unit)은 해양특구단 신설과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해양특구단은 창설 7개월이 지나도록 전신인 해경 특수구조단(11명)보다 인력이 조금 늘었다는 것 외에 역할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그동안 해양특구단이 실시했던 심해 잠수, 로프 구조, 해상 헬기 훈련 등은 이전까지 해경 특수구조단이 시행했던 각종 교육·훈련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해양특구단이 주요 해난 사고에서 실제 이름에 걸맞은 현장 대응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해양특구단의 주된 임무는 이른바 '골든타임'을 확보해 최대한 많은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 특구단 소속 대원 62명 중 행정과 방제 인력 등을 빼면 실제 구조에 투입될 수 있는 인원은 36명에 불과하다.

관할 해역이 넓어 사고 발생 1시간 내 현장 도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해양특구단이 보유한 전용 헬기 2대는 시간당 150㎞ 정도 이동할 수 있다. 부산에서 간신히 포항과 여수 앞바다까지 닿는 정도다. 그마저도 현재 임시 청사가 있는 부산 영도구에 전용 헬기를 둘 곳이 없어 김해공항에 대기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원들을 태우기 위해 김해공항에서 영도까지 헬기를 띄운 뒤 다시 사고 지역으로 떠나야 하는 구조다. 올해 3월 전남 신안 가거도 해상에서 발생한 해경 헬기 추락 사고는 이 같은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 부산에서 긴급 출동한 해양특구단 헬기가 사고지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후였다.

한 해난사고 전문가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면밀한 검토 없이 이전 조직과 별반 다를 것도 없는 조직을 신설해 예산과 행정력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전국 17개 해경안전서에 두고 있는 '122구조대'를 특수구조단과 비슷한 능력을 갖추도록 훈련하고, 사고 발생 시 즉각 현장에 투입하도록 하는 게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양특구단은 올해 중으로 동·서해 지역에, 2017년까지 중부·제주 지역에 산하 지역대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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