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관심과 동참을! 4부] 4. 폐지 줍는 어르신을 위한 특수제작 손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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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안전한 '따수레(따뜻한 손수레)'로 폐지 줍는 어르신 짐 덜어 드려요"

지난 16일 부산 동의과학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폐지수집 노인들을 위한 '따수레 1호'를 제작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밀어드릴까? 아니면 폐지라도 갖다 드릴까? 위태위태한데 저러다 다치시는 건 아닐까?"

어떻게 해드릴 수도 없고, 보면 괜히 마음만 무거워져 고개를 돌리고 말았던 '폐지 줍는 어르신'. 이들 어르신을 위한 수호천사들이 부산에 떴다.

대학생·명장 등 힘 합쳐
소재·안전장치 꼼꼼하게
손수레 무게 크게 줄여

이달 말까지 13대 만들어
부산 동구지역 우선 전달


지난 16일 오후 동의과학대 진리관. 이 대학 공대생 10여 명은 한화테크윈(구 삼성테크윈) 명장 김일록(53) 씨의 설명을 들으며 수첩에 적고, 눈에 담고, 가슴에 새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앞으로 명장으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을 토대로 50여 대의 폐지 수거용 특별 손수레, 일명 '따수레'(따뜻한 손수레)를 제작할 예정이다.

"무게를 줄여드리는 게 가장 중요해. 바퀴 무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짐자전거용 바퀴를 장착했고 나무판자 대신 단프라 박스 재질로 몸통을 만들었어. 이 재질은 가볍기도 하지만 비가 와도 금방 마르거든. 나무판자는 습기가 들어가면 썩어버려서 안 돼. 그리고 바퀴 아래쪽에 이 경광등은 태양열로 충전하니까 어르신들이 건전지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야. 질문 있어?"

"아, 그리고 제작할 때 모서리 쪽을 절대 날카롭게 하면 안 되고, 라운드로 부드럽게 처리하는 거 잊지 말고."

그렇게 7시간여에 걸쳐 만들어진 '따수레'를 직접 몰아봤다. 브레이크 성능이 뛰어났다. 손아귀에 살짝 힘을 주었을 뿐인데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수레가 섰다. 또 안에 폐지가 들어있지 않아서이긴 했지만, 수레가 꽤 가벼웠다.

"경남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들이 손수레를 몰고 가는 걸 보니 너무 무겁고 낡은 데다 브레이크까지 없으니 내리막길에서는 많이 위험하더라고요. 그래서 브레이크를 개발했는데 쉽진 않았어요. 꼬박 석 달 가까이 걸렸으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브레이크로 결국 특허까지 받았다. 궁리 끝에 요소요소의 무게를 줄인 결과, 통상 53㎏ 정도 되는 수레가 35㎏으로 줄어들었다.

김 씨 등 한화테크윈 직원들은 경남자원봉사센터의 도움을 얻어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경남 지역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모두 67대의 '러브 리어카'를 전달했다.

이날 러브 리어카를 본떠 만든 부산 1호 따뜻한 손수레를 시작으로 앞으로 부산에서도 '따수레'를 많이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기획한 건 부산창조재단이었지만, 그다음은 부산시와 부산도시가스, 동의과학대 교수와 학생들이 도움을 준다. 재료비는 부산시와 부산도시가스가 대고, 작업은 동의과학대에서 할 계획. 부산창조재단은 이를 위해 지난 16일 동의과학대에서 동의과학대, 한화테크윈, 경남자원봉사센터와 관련 협약도 체결했다.

이날 수레 제작에 참여한 이홍록(25·동의과학대 자동차과 1년) 씨는 "수레가 짐만 실으면 되는 거로 생각했는데 명장이 사소한 부분까지, 어르신들이 다칠 수 있는 부분까지 하나하나 생각하는 걸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이번 방학은 이걸 만들면서 보낼 거 같은데 어르신들이 끌고 다니며 좋아하실 걸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 씨 등은 이날 오후 7시간여에 걸쳐 만든 수레의 나사를 하나하나 풀어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기 바빴다. 샘플을 토대로 나머지 50여 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달 말까지 만들어지는 13대는 우선 부산 동구 지역에 있는 어르신들께 드릴 예정이다.

이날부터의 손수레 제작도 제작이지만, 앞서 어르신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여쭤보는 사전 '실태조사'에도 품이 많이 들어갔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대학생 이자연(21·여·동아대 3년) 씨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경우 대부분 홀로 계신 분들이 많아 수레 지원도 필요하지만, 끼니를 거르시지 않도록 쌀이나 도시락 등을 지원해주는 것도 급해 보였다"면서 "8남매를 낳아놓고도 누구 하나 연락 하는 이 없이 지내는 어르신도 있었고 대부분 외롭게 계신 분들이 많아 정기적으로 말벗을 해줄 사람도 필요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창조재단은 이번 수레 지원을 계기로 이들 어르신의 주거 환경 개선과 난방비 지원을 위해 '홀로 어르신 지원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4부 '우리 함께 관심과 동참을!'은 BCCF 부산창조재단과 함께합니다. ※ 나눔 참여 문의: 부산창조재단 070-7443-65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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