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20년, 방향 잃은 물길 2부] 2. 통합관리의 힘 보여준 프랑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자체 움직여 루아르 강 살려낸 건 시민의 끈질긴 감시와 행동

환경단체 'SOS 루아르 비방트'의 로베르토 에플 대표가 루아르 강 상류 댐이 들어서려 했던 곳에서 댐 건설 저지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석하 기자

국내 하천의 '따로국밥식 관리' 문제가 지적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하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제한적이다.

프랑스는 완전히 다르다. '유럽 물 관리 기본 지침'을 바탕으로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이 운용되고 있었다. 이 시스템이 바로 가장 긴 강 '루아르(Loire) 강'을 되살린 원동력이었다.

시민단체가 친환경 비료 지원하고
오염원 찾아내 비용 물리며 맹활약
지자체와 함께 관리계획까지 수립

'따로국밥' 아닌 하천 통합관리에
발 못 담그던 강 30여 년 만에 부활

■한때 발도 못 담갔던 루아르 강


프랑스 루아르 강은 길이만 무려 1천20㎞. 낙동강 길이(525㎞)의 두 배에 가깝다. 프랑스의 남부 마시프상트랄에서 발원해 북서쪽으로 흐르다 오를레앙, 투르, 낭트 등의 도시를 통과해 비스케이 만으로 흘러들어 간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루아르 강은 오염에 시달렸다. 상류에는 생테티엔 지역에 들어선 금속, 석탄공장의 폐수가 흘러들었다. 강 중류의 느베르에 분포한 농장지대도 강 오염에 한몫했다. 하류의 대도시들은 오염된 하수를 쏟아냈다. 특히 루아르 강 하류는 오염 정도가 매우 심각해 물속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변화의 시작은 시민의 끈질긴 관심

루아르 강이 오염되고, 개발이 벌어지자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환경단체인 'SOS 루아르 비방트(SOS Loire Vivante)'가 그 중심에 있었다. 3천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SOS 루아르 비방트는 공해로부터 루아르 강을 지키는 일부터 착수했다. 강 전역에서 모니터링을 벌였고, 폐수를 배출하는 공장, 농장을 고발했다. 오염 유발자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캠페인도 전개했다. 그 결과 현재 루아르 강에서 산업 공해는 사라진 상태다. 루아르 강 유역의 도시마다 분류식 하수관거를 늘리는 정책도 이 단체가 꾸준히 요구해 온 사항이었다.

프랑스 정부나 지자체가 처음부터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끈질긴 여론전과 압박에 정책 담당자들의 태도를 바꿔 나갔다. 이는 1994년 '자연스러운 루아르 강 계획(Le Plan Loire grandeur nature)'으로 결실을 맺는다. 이 계획은 공해 차단, 강 형태 보존, 인위적 개발 지양 등을 기본 전제로 삼았다. 친환경적인 수해 예방 방안을 이끌어내는 것과 함께 댐을 제거하고 정부의 추가 댐 건설 계획 포기 내용도 담았다. 시민단체와 정부, 지자체는 머리를 맞대 6년마다 루아르 강 계획 내용을 갱신하고 있다.

SOS 루아르 비방트 로베르토 에플 대표는 "루아르 강은 과거에 견줘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고 댐을 제거해 모래톱과 범람원 등 자연스러운 모습도 유지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하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고 말했다.

■수질부터 댐까지 '원포인트 관리'

프랑스의 하천 통합관리기구인 '시칼라(Sicala)'도 하천 운동 결과물로 꼽힌다. 1992년에 출범한 시칼라는 프랑스 강마다 설치됐으며, 루아르 강 시칼라는 루아르 강 유역의 280개 지자체와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시칼라는 수질, 하천 형태, 댐 건설 등 하천의 모든 것을 관리한다. 주요 강의 수질은 환경부 산하 유역청이 관리하고, 수량은 국토부 소속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등 통합적 강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국내 사정과는 대조적이다.

시칼라는 하천 이해 당사자 간 갈등 조정도 맡는다. 공해 유발 업체에 비용을 부담시키고, 농민들에게 친환경 비료를 지원한다. 지자체가 하천 유역에 개발 사업을 벌일 경우에도 시칼라가 개입해 감시한다. 시칼라는 공공기관임에도 환경단체 회원을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시민사회와 긴밀히 협조한다.

시칼라의 알렉상드 듀퐁 코디네이터는 "시칼라는 과거에 강 주변 정비에만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수질과 종 다양성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고 강조했다.

르퓌앙벌레이=특별취재팀 river@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