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분신, 연구가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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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백일…저는 아직 당신을 놓지 못한 듯합니다. 사랑합니다. 많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유니스트 조윤경 교수)

지난 5일 울산의 연구중심대학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유니스트)에서는 한 명의 젊은 여성과학자를 추모하는 애틋한 글들이 올라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적셨다.

유니스트 故 도윤경 교수
지난 3월 난소암으로 별세

'면역반응' 연구 결실 화제
난치병 예방백신 기초 마련


고(故) 도윤경(43·여·사진) 유니스트 교수. 도 교수는 세계 최초로 '수지상 세포'를 발견해 2012년 노벨상을 받은 고(故) 랄프 슈타인만(Ralph Steinman) 록펠러대 교수의 제자다. 2009년 유니스트 교수로 부임해 면역학 연구를 하던 중 지병인 난소암으로 100일 전인 3월 28일 별세했다.

암 투병 중에도 연구를 놓지 않았던 도 교수의 '유니스트 사랑'은 남달랐다.

"사람들은 산속에 가서 좀 쉬라고 말하지만, 저는 우리 학교 제 방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구하는 것이 좋아요. 여기가 공기 좋은 산속인데, 더 어딜 가란 말인가요?" 도 교수와 이름이 같아 더 친했다는 조윤경 교수는 도 교수의 천진한 말을 전하며 가슴 저미는 마음으로 그를 기억했다.

도 교수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연구가 세상을 밝히고 있다.

도 교수 연구팀은 면역 반응에 있어 중요한 세포인 '폴리큘라 헬퍼 T세포(T follicular helper cell)'의 분화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흑사병, 에이즈, B형 간염 등 인류를 괴롭히는 난치성 질병을 예방할 백신 개발의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도 교수의 남편이자 공동 교신 저자인 류성호 순천향대학교 의생명연구원 교수는 "이 연구는 우리나라가 백신 관련 치료제 개발기술의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3대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지난달 30일 게재됐다. 도 교수의 마지막 논문이다.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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