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캔버스에 담긴 두 세상 풍경
캔버스를 반으로 구분해 땅의 풍경, 물의 풍경을 동시에 보여주는 최미애 작가. 갤러리 조이에서 최 작가의 그림 몇 점을 미리 메일로 보내주었을 때 왜 굳이 그림 두 점을 하나로 붙여 편집했을까 의아했다. 그런데 실제로 갤러리에서 만난 그림들은 대부분 좌, 우로 혹은 상하로 구분해 두 가지 풍경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독특한 최 작가의 접근 방식이 재미있었다.
최 작가는 두 개의 풍경이 이질적이지 않다고 했다. 사람들이 실제 만나는 풍경이 여러 장면을 담고 있는 것처럼 그림도 자신이 좋아하는 땅 위의 모습, 물속의 모습을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꽃잎이 휘날리는 아름다운 시골 마을과 물고기가 천진하게 뛰노는 물속 풍경이 하나의 그림에 오롯이 표현돼 있다. 캔버스를 반으로 구분해 두 개의 풍경을 그렸지만, 땅에서 떨어진 꽃잎이 물의 풍경으로 날아오기도 하고 새가 자유롭게 두 가지 풍경을 날아다니기도 한다.
갤러리 조이 최미애 작가 초대전
자연 이치 닮은 인간의 삶 표현
입체감 살린 세밀한 묘사 '탁월'
최 작가는 꽃이 있는 쪽은 밝음을, 물고기가 있는 쪽은 어둠을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낮과 밤, 남과 여, 하늘과 땅, 음양의 문제로 확대할 수도 있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고 우리의 삶 역시 어둠에서 밝음으로, 침체에서 상승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소멸에서 생성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도 한다.
최 작가는 그림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나 최 작가의 그림은 외면적으론 초록의 감미로운 숨결과 꽃들의 속삭임이 부담 없이 다가오는 풍경화이다.
편안하게 다가온 풍경화는 시간이 지나며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것 같다. 멋스러운 여백, 귀엽게 묘사된 새와 물고기, 환상적으로 흩날리는 꽃잎들은 최 작가의 그림을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나이프로 사물의 두께와 질감을 만들어 입체감을 살렸고 꽃잎의 세밀한 묘사는 작가의 내공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최 작가의 그림이 전하는 맑고 시원한 느낌은 여름에 접어든 요즘 반갑게 다가온다. ▶최미애 초대전=12일까지 갤러리 조이. 051-746-5030.
김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