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택 IMO 사무총장 당선] 한국해양대 출신 '세계 해양 대통령'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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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열린 제2회 부산국제항만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임기택 BPA 사장. 부산항만공사 제공

30일 임기택 부산항만공사(BPA) 사장의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당선은 한 편의 대역전 드라마였다.

오거돈 전 장관 등 팔 걷고
청와대까지 나서며 급반전
업계 막강 영향력 기구 수장
부산항 파급효과 상당할 듯


지난 4월 임기택 사장이 뒤늦게 IMO 사무총장 출마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회의적이었다.

"IMO 사무총장이 어떤 자리인데…."

2011년 채이식 고려대 교수가 도전했다가 달랑 2표를 얻는 데 그친 쓰라린 기억이 아물지 않았고, 당시에는 이미 덴마크의 안드레아스 노르드세쓰 해사청장 등이 크게 앞서 달리는 상황이었다.

■"짜릿한 뒤집기 한판"

그 때 '2강'은 안드레아스 청장과 키프로스의 크리소스토모우 해양청 상선국장이었다.

이미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가 5명이나 되는데다 물밑 선거전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임 사장의 출마에 대해 외교부는 부정적이었다. 해양수산부의 기류도 좋지는 않았다.

초반의 부정적 기류를 바꾼 주역은 역시 부산 출신 인사들이었다.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 부산에서 고교를 졸업한 해수부의 조승환 해사안전국장과 김창균 해사산업기술과장, 한국선급(KR)의 이형철 사업본부장 등이다.

이들이 깃발을 잡고 나가고 임 사장의 동기동창인 한국해양대 29기들이 가세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29기들이 주축이 돼 민간후원회를 조직하고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를 돌며 선거운동을 하면서 열기는 뜨거워졌다.

이후 유기준 해수부 장관과 청와대가 나서 선거운동을 '독려'하고 부산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선거전은 국가대항전, 안드레아스 청장과의 '박빙 대결' 양상으로 급변했다.

■"부산항 경제에 새 엔진"

IMO는 해양안전·해양환경보호, 해운물류, 해상교통촉진 등과 관련된 국제규범을 제·개정하고 관련 기술협력사업을 관장하는 UN 산하 전문기구로 해운·조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아주 크다.

해수부는 1981년부터 2013년까지 IMO의 국제규범에 따라 국내 연관산업에 미친 경제적 영향이 약 15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96년 IMO의 유조선에 대한 이중선체 안전규제 도입에 따라 대규모 유조선 신규 건조발주가 이어져 한국 조선업이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선박평형수 환경규제를 도입하면서 결과적으로 부산의 평형수 처리설비 산업이 한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제공했다. 기자재업계에서는 평형수 설비에 이어 e-내비게이션이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의 한 조선기자재업계 관계자는 "IMO가 하는 일들은 대다수가 '부산항 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이라며 "부산을 누구보다 잘 아는 BPA 사장이 IMO의 수장이 됨에 따라 부산항 경제에 미치는 유무형의 파급효과가 장난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항로 개척 등 북극·남극의 개발과 보존,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 등 핫 이슈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어 IMO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편 국내 해운·조선업계는 임 사장의 당선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나왔다는 반응이다. 한국이 세계 1위의 조선국가에다 선복량 기준 5, 6위를 오르내리는 해운강국이라는 점에서 바다의 UN 사무총장을 배출할 만한 역량이 충분히 쌓였다는 것이다.

이주환·임광명 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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