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는 주민에게 '통행료' 받는 부산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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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대 남산동캠퍼스 A동 아래 텃밭에서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이 차량을 몰고 텃밭에 출입하려면 정기권을 구입해야 한다. 이대진 기자

지난해 금정구 남산동으로 캠퍼스를 이전한 부산외국어대가 최근 들어 캠퍼스 인근 텃밭 이용자들에게 주차요금을 받기 시작해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외대와 주민들에 따르면 대학 측은 올해 들어 캠퍼스 북쪽과 동쪽 부지에 접한 텃밭을 오가는 차량에 대해 요금을 받고 있다. 수천 평 규모의 해당 텃밭에는 수년 전부터 주민들이 주말농장 등을 운영하며 농사를 지어왔다.

대학 인접한 경작지서 농사
정문이 유일한 출입 통로
차단기 설치해 놓고 징수

주민 "도움은 못 줄망정…" 불만
대학 "캠퍼스 관리 차원 불가피"


대학 측은 지난해 3월 남산동캠퍼스 문을 열면서 정문 입구에 주차요금 징수를 위한 차단기를 설치하고, 올해부터 텃밭 이용 차량들을 관리하고 있다. 외대 주출입로가 유일한 길이어서 텃밭에 드나들려면 이 차단기를 통과해야만 한다.

10년 가까이 해당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온 주민들은 대학 측의 요금 부과 정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일부 주민들이 학교를 방문해 항의하자 대학 측은 땅 주인 차량 20여 대에 대해 무료 통행을 허용했다. 하지만 텃밭 임차인 차량에 대해서는 계속 요금을 징수해 주민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A동(글로벌센터) 아래 텃밭 임차인들은 '개인 땅'에 주차를 하기 때문에 요금을 낼 수 없다고 맞섰지만, 학교 측은 '도로 사용료'라도 내야 한다며 요금 징수를 고수하고 있다.

6년 전부터 텃밭을 빌려 농사를 지어온 A 씨는 "그동안 통행증을 발급 받아 아무런 문제 없이 출입하다가 학교가 들어온 뒤 주차요금을 요구하더니, 명분이 없자 이번엔 통행료를 내라고 한다"며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부당하다는 생각에 정기권을 구매하지 않고 마을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외대에 따르면 현재 요금을 내고 있는 텃밭 차량은 모두 120여 대다. 대학 측은 이들에게 교직원보다 저렴한 연 3만 원의 '정기권'을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텃밭 주인 B 씨는 "캠퍼스 조성 당시 일부 지주들은 공사 차량 출입과 자재 보관이 용이하도록 대학 측에 배려를 하기도 했다"며 "대학이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부산외대는 이에 역행하는 처사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 측은 캠퍼스 관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요금을 징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지역주민을 배려해 인근 사찰과 지주들 차량에 대해서는 무료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며 "텃밭 임차인들에 대해서는 주말농장 등 수익사업을 하는 이들도 있어 일괄적으로 연 3만 원의 요금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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