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메르스 한 달… 일상은 어떻게 바뀌었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화 관객 감소 속 '감기' 다시 보기 열풍도

영화 '감기'의 한 장면. 부산일보DB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20일로 한 달이 됐다. 감염 공포 탓에 사람으로 붐비던 거리와 영화관, 카페, 음식점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7월 성수기를 앞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마스크는 최신 유행 패션 아이템이라도 된 듯 외출 필수품이 됐고, 인사를 나눌 때 악수는 청하지 않는 게 어느새 예의처럼 돼 버렸다. 한 달 사이 "중동에서 온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식 대신 집밥… 마트 대신 온라인… 마스크는 필수 아이템
쇼핑객 줄어도 건강식품 '나홀로 호황'


워킹맘 김 모(37·수영구 남천동) 씨는 "원래 바빠서 매장 방문보다 모바일 쇼핑을 선호했는데, 요즘은 사람 많은 마트에 가기도 겁이 날 지경"이라며 "아기 기저귀부터 먹을거리까지 모두 온라인 주문, 배달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외출이나 쇼핑을 자제하면서 부산지역 백화점 6월 첫째 주 매출액은 지난달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감소했다. 대형 할인점은 6월 첫째 주 전체 매출액이 전달과 비교해 7.2% 줄어든 속에서도 최근 온라인 마트 매출은 업체마다 20~60%가량 치솟았다.

또 면역력 강화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늘면서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의 홍삼 제품 매출은 이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5%, 비타민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20~30% 늘었다.

전통시장도 손님이 뚝 끊겼다. 부산의 경우 시장 상인 체감경기 조사 결과 이달 들어 시장 방문객이 지난달과 비교해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갈치시장에서 활어를 판매하는 상인 최욱진(53·중구 영주동) 씨는 손님이 너무 없어 고민하다 아예 10일 정도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최 씨는 "그동안 먹고살기 바빠서 얼마 전 미국에 취직한 딸을 챙길 틈도 없었는데, 이 기회에 딸 얼굴이라도 보고 오려고 비행기 표를 끊었다"며 "지금 전 세계에 우리나라만큼 위험한 데가 또 어딨겠느냐 하는 마음이 들어,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있지만 걱정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영화 관객 감소 속 '감기' 다시 보기 열풍

밀폐된 공간에 가기를 꺼리면서 영화관을 찾는 관객도 급감했다. 6월 첫째 주 영화 관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확산으로 밀폐된 장소에 가기를 꺼리면서 영화관을 찾는 관객도 크게 줄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쥬라기 월드'를 보러 갔던 직장인 이 모(43·기장군 정관면) 씨는 "평소 같았으면 예매하지 않고는 구하기 힘들었을 개봉 첫날 3D 영화 티켓을 현장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었다"며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사람이 많지 않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어 한편으로는 쾌적한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감기'의 한 장면. 부산일보DB
영화관을 찾는 대신 집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 특히 2년 전 개봉 당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던 영화 '감기'는 메르스로 재조명 받고 있는 경우다.

KT의 IPTV 서비스인 올레tv의 경우 "영화 '감기'의 재생 횟수가 하루 평균 50여 회에서 최근 4천~5천 회로 평소 대비 8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부 정선희(34·남구 대연동) 씨는 "얼마 전 '감기'를 다시 보고 도시를 통제하는 식의 상황이나 분위기가 현재와 너무 닮아 섬뜩했다"며 "감독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방콕'… 외국인 관광객 '뚝'

주말을 이용해 나들이와 여행을 즐기는 대신 '방콕'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외식 대신 집밥을 만들어 먹는 경우도 많아졌다.

실제로 6월 첫째 주를 기준으로 국내 음식점에서 사용한 카드 결제액은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1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서객의 발길이 뚝 끊긴 해운대해수욕장. 윤민호 프리랜서
외국인 관광객도 급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우리나라 여행을 취소한 외국인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포함해 총 12만 1천524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관광수입 손실액은 2천146억 원(1인당 평균 지출액 약 1천600달러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유커들이 즐겨찾던 카지노, 면세점 등이 최근에는 텅텅 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업소마다 수억, 수십억 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하고 있지만, 누구 하나 드러내놓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털어놨다.
평일에도 하루 500~600명씩 탑승하던 부산시티투어버스의 경우 지난 18일 탑승객이 100명 안팎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곳곳에 손 소독제… 소독약 냄새에 안심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손소독제 비치가 필수처럼 자리 잡았다.

부산에 거주 중인 한 일본인은 "요즘은 버스 안에도 환승 교통카드를 찍는 기계 옆에 손소독제가 있다"며 "예전에는 일본에서 하던 습관대로 마스크를 끼고 다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는데, 이제는 여기도 마스크 끼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시간에도 마스크를 끼고 학생들을 가르치려니 종종 호흡 곤란이 올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각종 행사장도 방역 시스템이 강화되고 있다. 관람객들에게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 주는 곳도 있다.

당초 이달 19~21일에 벡스코에서 열리기로 했던 'BWC 부산웨딩박람회'의 경우 메르스 탓에 다음 달 10~12일로 행사를 연기하면서 포그 방역 시스템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부산 기장시장 입구에 마련된 손 소독제. 강원태 기자 wkang@
행사 관계자는 "인체에 해가 없는 살균 소독제가 입장 통로에서 관람객 전원에게 분사될 예정"이라며 "해운대구, 벡스코와 협의해 열화상 감지카메라를 설치하고 구급차도 대기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이 모(24·북구 덕천동) 씨는 "지난주에 서면에 나갔는데, 지하도상가에 소독약 냄새가 진동을 해 깜짝 놀랐다"며 "환기가 잘 안 되는 지하라 순간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방역이 잘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히려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issu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