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사진으로 읽는 역사] 24. 일제강점기 해상철도 '관부연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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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일본의 '조선·대륙 침략' 상징

현재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부관훼리는 해방 이후 한일관계의 회복에 따라 재개된 것이다. 원래는 일제강점기 관부연락선이 그 시원이다. 관부연락선은 조선과 대륙으로의 진출을 꾀하는 일본이 선박을 철도와 하나의 선으로 연결한다는 상징적 의미이다. 그래서 관부연락선은 선박임에도 일본의 산양철도회사의 계열회사인 산양기선주식회사에 의해 추진되었고 이후 일본의 철도성이 관할하는 이른바 '해상철도'로서 기능했다. 이는 '현해탄의 여왕'이란 별칭을 가진 관부연락선 금강환 연통의 '에(エ)' 표시가 철도성의 휘장임을 통해 더욱 잘 알 수 있다. 이로써 명실 공히 한국과 일본은 바다로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선로로 연결된 동일한 공간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관부연락선은 1905년 9월 11일 일기환이 운항되면서 비로소 시작되었다. 이 증기선은 처음에는 운항시간이 1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따라서 일본의 산양선과 현해탄의 관부연락선 그리고 조선의 경부선을 이용하면 도쿄에서 서울까지 60시간이면 충분히 여행할 수 있었다. 이후 운항시간은 선박 기술력의 발달에 힘입은 새로운 기선의 투입으로 점점 단축되었다. 나아가 일본은 조선을 넘어 남만주철도를 연결하고 북경은 물론 블라디보스톡을 통해 시베리아횡단열차와도 연결하기에 이르렀다.

관부연락선의 명칭은 일본에서 조선, 그리고 대륙으로 진출하는 제국주의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먼저 강제병합 이전 운행하던 일기환과 대마환은 조선으로 가기 위해 거치게 되는 섬인 이키와 쓰시마를 채용했다. 강제병합 이후에는 노골적인 조선 침략의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는 조선을 상징하는 왕조와 왕궁, 명승유적의 명칭을 통해 드러났다. 1910년대 운행하기 시작한 고려환, 신라환은 옛 왕조의 이름이며, 1920년대 경복환, 창경환, 덕수환은 왕궁의 이름이고, 1930년대 금강환은 명승지 금강산의 이름을 채용한 것이었다. 나아가 만주와 중국으로의 침략과 더불어 운행한 1930년대의 흥안환과 1940년대의 천산환, 곤륜환은 만주의 흥안령과 중국의 천산, 곤륜산 등 만주와 중국을 상징하는 곳이었다. 이처럼 관부연락선은 조선과 대륙 침략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전성현

동아대 석당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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