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 권한상 교수, FGM 소재 개발 '주목'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래창조과학부 연구소기업 지정 … 창조특허기술박람회 1등

황금처럼 높은 가치를 지닌,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학자가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부경대학교 신소재시스템공학과 권한상 교수. 

그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실험실에서 수없이 많은 실험을 한다고 한다. 들어가는 원료들의 비율에 따라 물질의 성질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헤아릴 수 없는 가정을 세워서 혼합을 하고 그 경우의 수를 하나씩 검증해야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현대판 연금술사’다. 과연 그는 무슨 물질을 만들어내는 걸까?

그가 만드는 물질은 ‘FGM’이라고 한다. Functionally Graded Material의 약자. 우리말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인 ‘경사기능재료’란다. 좀 더 쉬운 말로 ‘조성에 경사를 둔 복합재료’라는 뜻이란다.

‘FGM’의 풀이는 이렇다. 함유량에 차이를 두어서 특별한 기능을 구현시킬 수 있는 특수한 재료. 여기에 함유되는 원료는 철, 세라믹, 알루미늄 등 수없이 많다. 플라스틱까지도.

이 원료를 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크기로 분쇄해 혼합하기 때문에 ‘나노복합재료’라고 한다. 나노복합재료 개발, 이것이 바로 권 교수의 전공분야다.

이 FGM이란 낯선 물질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일까? 첫 번째로 방탄소재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방탄조끼(세라믹)는 너무 무겁다. 착용한 병사들의 피로도가 쉽게 높아져 기동성을 떨어뜨린다.

그런데 FGM을 소재로 방탄조끼를 만들면, 무게가 기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다. 방탄성능은 더 좋다. 당연히 전투력이 상승한다. 나노 카본 소재는 레이더망에도 걸리지 않는다.

특히 방검 기능이 높아 우리나라 실정에 맞다. 지금 우리 해경이나 경찰들은 천(아라미드섬유 또는 폴리에틸렌 섬유 계열) 등으로 만든 방탄소재를 입는데, 방검 기능이 낮아서 중국 불법어선 단속 때 칼의 위협에 쉽게 노출되는 취약점이 있었던 것이다.

이 FGM 방탄소재가 바로 나노입자강화 경사기능복합재료다. 알루미늄, 카본, 나노실리콘카바이드, 카본나노튜브 등 나노입자가 복합된 알루미늄 복합재료 4개 성분이 4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복합체다.

이 연구는 권 교수의 제안을 스위스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가 받아들여 스위스 아미의 지원으로 추진된 것이다. 그는 28명의 노벨수상자를 배출했고 아인슈타인 뢴트겐 등이 활약했다는 EMPA에서 억대 연봉 과학자로서 최근 3년여 동안 머물며 이 연구를 이끌었다. 

이 특별한 재료는 개인 방탄용에서 전차, 항공기, 선박, 탱크 등이 중화기 공격을 받을 때를 대비한 방탄소재로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가볍기 때문에 무기를 더 실을 수 있고 방어체제도 강해지는 것이다. 나아가 가볍고 강한 소재의 특성을 응용해 자동차, 항공기, 열차 등 산업용 뿐만 아니라 건물 내벽 보호용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방탄용에 이어 권 교수가 요즘 야심작으로 준비 중인 것이 경사기능전선이다. 이 FGM 소재(나노입자강화 경사기능복합재료)로 만든 전선의 장점은 그 강도가 기존 알루미늄 전선(송전용)보다 4배나 높다는 점이다.

권 교수는 “강도가 높기 때문에 이 FGM 소재를 활용하면 두께 4㎝짜리 전선을 1㎝ 두께로 만들 수 있고, 송전탑 간격을 1㎞에서 4㎞로 넓힐 수 있어 경제성은 물론 환경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연구단계 시제품을 완성했으며 국제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LED 조명산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 LED 조명의 경우 열을 많이 내기 때문에 이 열을 빼내기 위해 방열소재를 사용해야한다. 나노카본 알루미늄 방열소재는 열 방출 특성이 뛰어나고 내구성이 높아 LED산업용 방열 소재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그는 나노카본 복합분말 제조법 등 6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주관 제3회 창조특허기술박람회에서 그의 ‘나노 입자를 이용한 균질 분산 카본나노 튜브 - 알루미늄 복합분말의 제조방법’이 1등을 했다.

권 교수는 FGM국제자문위원회(IACFGM: 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 on Functionally Graded Materials)의 한국 유일의 자문위원으로 활약 중이며, 올해 일본, 브라질, 두바이 등 해외초청 강연이 잇달아 예정되어 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연구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교수이자 ㈜차세대소재연구소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부경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의 지분출자를 통해 2014년 12월 연구소 기업으로 이 회사를 만들었다. 지난 2월 미래창조과학부 연구소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이 회사는 그가 개발한 FGM 소재의 원료나 중간소재 및 완제품을 연구 개발하고 판매한다. 나노카본 금속 복합 분말, 초경량 고강도 나노카본금속기지 복합소재, 경사기능복합분말과 복합소재, 초경합금, 방열재료 등 최첨단 부품소재가 그것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국내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던 고기능성 및 고성능 나노카본 복합소재를 개발해 실용화하고 있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 복합소재들은 차세대 전자정보산업분야, 대체에너지분야 등 다방면에 이용될 수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이 유별난 소재가 그런 특별한 성질을 갖는다는 비밀을 알게 됐을까? 그는 “하나의 복합재료를 발명하기 위해 수천 번, 아니 수만 번의 실험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런 10여년의 고난 끝에 성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이 2014년이었다.

그는 2005년 일본 도후쿠대학에서 가와사키 아키라 교수를 만나면서 이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가와사키 교수는 이 대학의 와타나베 류조 교수와 함께 FGM의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과학자다.

권 교수의 수만 번의 실험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그의 도전이 시작됐다.

▲나노복합재료 분말을 벌크화하는 첨단장비 '스파크 플라즈마 소결기' 앞에선 권한상 교수.


디지털미디어국 newmedia@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