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BS 수신료 현실화, '타자'가 아닌 '주체'로서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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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종상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

우리는 흔히들 KBS를 '공영방송'이라고 부른다. 이는 곧 시청자가 KBS의 주인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시청자를 위한 KBS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정작 시청자가 KBS의 주인으로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인색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공영방송시대가 시작된 지난 1981년, KBS는 월 2천500원의 수신료를 시청자들로부터 지급받았다.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서 KBS가 시청자로부터 받는 일종의 급여였던 셈이다. 그 뒤 KBS는 2007년과 2010년, 그리고 2014년에 세 번째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1년이 넘도록 현재 계류 중에 있다.

이에 비하면 영국(BBC)은 1981년 이후 24회 인상하여 2만 550원으로 우리의 8.2배나 되고, 독일(ARD, ZDF)은 8회 인상하여 2만 3천777원으로 우리의 9.5배, 프랑스 공영방송은 19회나 인상하여 1만 4천657원으로 우리의 5.9배, 일본(NHK)은 4회 인상하여 1만 1천923원으로 우리나라의 4.8배에 이른다.

이런 상황과 비교해 보아 현재 KBS의 급여는 35년 동안 단 한 번도,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나라의 공영방송 KBS가 처해 있는 현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는 동안, 방송시장의 환경은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1990년대 공민영방송기로 진입하면서, 방송시장의 분화는 급격하게 이뤄졌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디지털 방송환경도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방송시장에는 국경이나 언어의 장벽이 사라졌고, 시공간을 초월한 방송 콘텐츠들이 수용자들의 '합리적 소비'의 대상으로 선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세계 방송시장을 대상으로 한 무한경쟁에 직면해야만 했다.

2000년 이후 지상파방송의 광고매출규모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2004년 사상 처음으로 600억 원대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KBS는 '수신료 현실화'를 시청자들에게 제안하였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 방송의 공정성, 콘텐츠의 품질과 사회적 역할 등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수행해야 할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수신료 현실화 문제는 사회적 이슈화와 더불어 갈등 국면으로 전개되었다.

물론 맥킨지(McKinsey, 1999)가 '세계의 공영방송'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제시했듯이, 정치와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그리고 공정성은 공영방송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이제 시청자들은 여기에서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할 때다. 바로 그러한 공영방송으로서의 덕목이 누구에 의해 축적돼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KBS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공적 재원의 확보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공영방송 KBS로서의 역할과 기능은 시청자들이 직접 조성하는 공적 재원을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구도가 형성된다면, 국민의 자본으로 성장하는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의 미래가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KBS 수신료 현실화와 관련한 우리 사회 대국민적 담론의 방향이 새롭게 조성돼야 할 때이다.

공영방송 KBS의 주인이 시청자라는 데 공감한다면, 'KBS를 위한 수신료 현실화'라는 타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시청자를 위한 수신료 현실화'라는 주체의 관점에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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