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 생태하천' 마침내 물 만났다
금정터널. 부산일보DB콘크리트 덮개를 벗고 생태하천으로 다시 태어나는 부산 초량천의 유지용수가 확보돼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게 됐다. 부산시가 KTX 금정터널 유출 지하수를 끌어오기로 철도시설공단과 최종 협의를 마쳤기 때문으로 양 측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최적의 결과를 도출했다는 평가다.
금정터널 유출 지하수 연결 관로공사
부산시,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협약
초량천 양질의 용수로 재활용 예정
하수도사용 부담 덜고 용수 확보 이득
부산시는 11일 오전 시청에서 정경진 행정부시장과 권영철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금정터널 집수정 유출 지하수 초량천 생태하천 연결 관로공사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다.
주요 내용은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에 필요한 하루 4천t 가량의 용수를 금정터널에서 발생하는 유출 지하수를 재활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지하수를 끌어오는 관로 공사는 이달 중 철도시설공단에서 착공해 12월 부산시에 이관, 시가 유지 관리를 맡기로 했다.
초량천 생태하천 조성 공사는 2010년 5월 정부가 추진하는 '청계천+20 프로젝트' 2단계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는 생태계 훼손, 수질 악화 등으로 기능을 상실한 도심 복개하천을 서울의 청계천처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초량천은 1960~1980년대 도시개발 과정에서 콘크리트 박스로 복개, 지금까지 도로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활하수가 흐르는 하수구로 전락해 하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은 물론, 하류와 이어진 북항의 수질악화와 생태계 훼손 등을 초래해 왔다.
국·시비 300억 원이 투입되는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구간은 동구 초량동 하나은행에서 동일중앙초등학교까지 720m.서울 청계천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생태하천으로, 문화·역사가 어우러진 녹색 생활공간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문제는 초량천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한 용수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였다. 부산시는 지하수 개발이나 상수도를 이용해 유지 용수를 충당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고심을 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철도시설공단의 유출지하수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철도시설공단을 설득해 극적인 용수 확보의 길을 텄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역시 금정터널 유출 지하수를 처리하면서 하수도사용료로 33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는 등 지하수가 '돈 먹는 하마'로 인식돼 오던 터라 부산시의 제의를 반갑게 받아들였다.
수차례 협의 끝에 성사된 이번 협약으로 철도시설공단측은 매년 수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하수도사용료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부산시 역시 부산의 청계천으로 탈바꿈할 초량천에 양질의 용수를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초량천 생태하천복원 사업도 오는 7월 1, 2차 보상 구간에 대한 건물 철거가 완료되고, 연말까지 3, 4차 구간에 대해서도 보상을 완료한 뒤 내년 2월 전체 구간 건물이 철거되는 등 탄력을 받게 됐다.
설승수 시 환경보전과장은 "안정적인 용수를 확보함에 따라 초량천이 도심 온도를 낮추고 인근지역 교통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나게 됐다"며 "초량천의 맑은 물이 북항으로 들어가 친수공간으로 재개발 될 북항 앞바다의 수질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진 기자 jin9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