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인성교육진흥법이 능사만은 아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천성문 경성대 교육학과 교수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하고 오는 7월에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바로 '인성교육진흥법'이다.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이 법안은 학교 교육활동 중에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그 내용을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인성교육은 앞으로 대입에도 반영되고, 특히 2017학년도 입시에 보육·사범대학 중심으로 학교생활기록부상의 인성 발달 사항을 핵심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입 수시모집에서 인성 면접을 신설하기로 한 대학도 등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인성을 어떻게 교육할 수 있는가. 사람의 내면에 있는 인성을 면접을 통해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가. 높은 점수의 인성을 가진 아이가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7월 시행 앞둔 인성교육진흥법
근본적인 의문 비켜 갈 수 있나

인성교육 방법·평가 등 문제 많아
민주시민 척도로 삼기도 곤란

인성 키우는 것은 사회 전체의 몫
어른들이 삶에서 모범 보여야


인성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본성이고, 어른은 아이가 타고난 인성을 좀 더 잘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단시간의 짧은 교육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속적이고 꾸준한 교육을 통해 외현화된 행동과 습관의 변화를 일으키고, 내면화된 가치와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맹모(孟母)가 삼천지교(三遷之敎)를 한 것도 이미 인성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어떤 특정한 형식의 교육이 아니라 삶을 통해서 이루어짐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 먼 과거로 가지 않고 최근에 시행된 교육정책을 살펴보더라도 인성교육의 강조가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 생긴다. 입시 위주의 교육은 그대로 둔 채 창의적 체험활동, 자유학기제, 혁신학교 등 다양한 교육정책들이 난무하면서 실적 중심의 교육활동으로 교사들은 서류와 씨름하고 시간에 쫓기며 힘들지만, 실제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시행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기존의 교육과정에 인성교육이라는 이름만 붙인 계획서와 부풀린 실적으로 평가만 받는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성교육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인성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하도록 하였으며,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전문단체나 전문가에게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위탁하거나 프로그램 인증과 인성교육 전문인력 양성기관의 지정을 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이미 사교육 시장에 인성교육프로그램이라는 또 하나의 상품이 등장했다. 모든 교육정책이 입시를 목적으로 변형되고 왜곡되는 현실에서 사교육 시장에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성교육프로그램, 기관과 인력이 남발될 우려도 있다. 게다가 인성조차도 줄을 세우기 위한 또 하나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인성을 키우는 것은 가정, 학교뿐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몫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을 계기로 자녀는 가정에서 부모에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마음과 자세를 배우고, 학교에서 소통하고 참여하는 수업과 인성함양 프로그램으로 교육 받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이 정신문화로 정착되어서 우리 사회가 '내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내 아이의 친구가 행복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경쟁심을 내려놓고 서로 배려와 돌봄을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훌륭한 인성이나 품성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소홀히 하거나 반대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흘러가는 강물처럼 자연스러운 교육이 아니라, 도랑을 파고 물길을 바꾸는 것처럼 억지스러운 교육이라면 우리는 하나를 얻는 대신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교육의 구조와 준비 없이 보여 주기 위한 혁명과 같은 교육은 환경에 쉽게 순응해 버리는 사회인을 만들어 내거나 또 다른 교육이나 법률을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마치 체육교육을 강화한다고 체육교육진흥법, 학교폭력을 예방한다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법률, 교권이 무너졌다고 교권보호법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이 인성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고, 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만으로도 인성교육진흥법은 그 역할을 충분히 감당했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필요한 인성교육은 학교 현장이나 사교육현장에서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인 어른들이 제대로 인성을 삶에서 보여 주는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옳다. 하지만 '악법도 법이다'는 말을 따라야 하는가 하는 대목에서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앞에 두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