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갑질 교수' 꼬리 자르기 논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의 한 사립대가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모 교수에 대해 진상 조사도 없이 일사천리로 사직서를 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학은 앞서 제자들의 월급 일부를 상납 받는 등 '취업 장사'를 한 또 다른 교수에 대해서도 경찰 고발 절차 없이 사직 처리를 해 '꼬리 자르기 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L 교수, 여학생 성추행 의혹
K 교수, 인턴 학생 월급 챙겨
학교 진상조사 않고 사직 처리
'제 식구 감싸기' 비판 일어

3일 부산외대에 따르면 A학과 L 교수가 지난달 2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학교 측은 '건강상의 이유'라는 L 교수의 설명에 이튿날 사직서를 수리했다.

이를 놓고 학내에서는 L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사직서를 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번졌다. 학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L 교수는 최근 A학과 여학생을 성추행해 물의를 일으켰고, 피해 학생 부모와 학생들이 반발하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2년 임용된 L 교수는 지난 2007년부터 학과장을 맡는 등 A학과를 창설 때부터 이끌어 온 인물이다.

L 교수는 과거에도 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술을 마시는 등 몇 차례 구설에 휘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L 교수가 사직서를 낼 당시에도 성추행 의혹이 일었지만 대학 측은 진상 조사 없이 하루 만에 사직서를 수리했다. 일신상의 이유로 제출한 사직서를 즉각 수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부산외대 인사행정실 관계자는 "L 교수가 강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해 학생들의 수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직서를 수리했다"며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피해 학생의 신고나 진정서 등이 전혀 접수되지 않아 관련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대학은 지난 4월에도 B학과 K 교수가 제자들을 상대로 '취업 장사'를 해 오다 물의를 빚은 바 있다. K 교수는 자신의 소개로 인턴사원이 된 재학생들에게 소개비 명목의 돈을 받았고, 통역으로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통역비 중 일부를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 조사 결과 모 업체 해외지사 인턴으로 취업한 B학과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월급의 20%를 K 교수에게 건넸다. 통역비의 경우 학과에서 운영비 명목으로 20%를 뗀 뒤, 이 중 일부를 K 교수에게 입금했다.

대학 측은 지난해 10월 피해 학생의 진정서가 접수되자 조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K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했고, 학교 측은 징계위 회부나 경찰 고발 등의 절차 없이 사직 처리를 했다. 현재 K 교수는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부산외대 측은 "사직서 수리는 이사장 재량권이며, 혐의점이 있다 하더라도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죄를 단정할 수 없어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해명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재발 방지책 마련 없이 '꼬리 자르기 식'으로 사직서만 수리하고 끝내 버리면, 대학 사회의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편, 취재진은 L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