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 본 한여름 '보라카이'] 에메랄드빛 바다 위 붉은 노을… 가! 보라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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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카이 화이트 비치 하늘을 빨갛게 물들인 석양은 힘들었던 그동안의 일상을 위로해준다.

바다 위를 빨갛게 물들인 보라카이의 석양은 몇 번을 보아도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낮의 무더위도 충분히 용서되었다. 사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여기까지 참 잘 왔구나…." 힘들었던 그동안의 일상이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석양뿐만이 아니다. 보라카이의 팔색조 같은 매력을 맘껏 즐겨보았다.

■변화무쌍 색이 달라지는 해변

보라카이에는 해변이 32개나 된다. 그중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Boracay White Beach)'다. 마침 우리가 묵은 리조트가 화이트 비치 바로 앞이라 3박 5일의 일정 동안 틈만 나면 나갔다. 화이트 비치는 이름처럼 부드럽고 고운 흰 모래가 7㎞나 이어졌다. 또 화이트 비치는 은빛, 에메랄드빛, 금빛, 붉은빛으로 시시각각 색이 바뀌며 자태를 뽐냈다.

희고 고운 모래 7㎞ '화이트 비치'
아침부터 밤까지 물놀이 삼매경

전통 배 '방카' 타고 섬 호핑투어
라우렐 섬 침식 바위동굴서 수영
아름다운 자연·순박한 사람 '매력'


어쩔 수 없이 부산의 해변과 비교가 되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압도적인 고층 건물에 갇혀 해안이 좁아 보인다. 보라카이는 코코넛 나무 높이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규제해 건축물이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대신 화이트 비치에는 호텔이나 음식점, 카페가 백사장과 신기할 정도로 붙어 있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 해변에는 차가 다니기 위한 도로가 바다와의 경계선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었다. 화이트 비치에선 저녁 식사까지 해변의 테이블에다 차려 놓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어느 쪽이 더 친수적(親水的)일까.

보라카이에서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물놀이를 즐겼다. 아침에는 '따오'라고 우리나라 콩국 같은 것을 메고 다니며 팔았다. 이걸 아침 식사로 해변에서 사서 먹는 모습이었다. 저녁이 되면 곳곳에서 라이브 연주와 함께 눈이 휘둥그레지는 불 쇼가 곳곳에서 열렸다.

일정 마지막 날에는 푸카셀(PUKA SHELL) 해변을 보러 갔다. 조개가 많아서 푸카셀(조개껍데기)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과거에는 누드비치였단다. 조금 일찍 갔으면 좋았을 것을…. 화이트 비치가 해운대라면 푸카셀은 한적한 송정 해수욕장쯤으로 보였다. 이효리가 우쿨렐레 하나만 들고 야자나무 밑에서 망고 주스 광고를 찍었던 곳이라 '효리 비치'라고도 불린단다. 또 영화 '전우치'의 마지막 장면에도 등장한다. 전우치 역의 강동원이 임수정과 함께 공간 이동을 해놓고서는 "여기가 천국인가?"라며 놀라는 곳이다. 천국은 이런 모습일까. 가보지 못한 보라카이의 크고 작은 해변은 얼마나 독특한 매력을 지녔을까. 

푸카셀 해변에서 관광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해양 액티비티에 시간 가는 줄 몰라

보라카이의 바닷물은 짜다. 바닷물이 짠 거야 당연하지만 염도가 한국의 바닷물보다 훨씬 높아서 물에 잘 뜬다. 둘째 날엔 아일랜드 호핑투어(Island Hopping Tour)에 나섰다. 보통 줄여서 '호핑'이라고 부르는데 배를 타고 이 섬 저 섬 돌아다니며 물놀이를 하고 밥도 먹는 일을 말한다.

필리핀 전통 배인 '방카(Banca)'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방카는 카누같이 생긴 배에다 양옆에 날개 모양을 달았다. 먼저 배낚시 즐기기부터. 모두에게 보통 주낙으로 부르는 '외줄낚기'가 주어졌다. 바다는 워낙 맑고 깨끗해 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래서 낚시는 식은 죽 먹기일 줄 알았다. 보이는 게 다 내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었다.

열대어 낚시는 손맛이 미세하게 온다. 간혹 당겨도 안 올라오면 큰 녀석이 물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마도 산호에 걸렸을 것이다. 5분쯤 지났을까 신호가 왔다. 제주도에서 많이 잡히는 자리돔이 걸렸다. 일행의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미안하게도 녀석은 좀 있다 싱싱한 생선회가 되어 나타났다. 배 안에는 계속해서 댄스 음악이 흘러나온다. 물 위의 물 좋은 클럽 같다.

바다낚시가 지겨울 무렵 스노클링 포인트로 자리를 옮겼다. 구명조끼를 입고 하는 스노클링은 초보자라도 어렵지 않다. 물속에선 파란색 열대어가 손을 뻗으면 꼭 잡힐 것 같다. 꽤 멀리까지 스노클링을 하고 여유 있게 배에 올라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 이 배가 내 배가 아니구나." 이런 경우도 가끔 있으니 요주의. 물놀이로 출출해져 배 위에서 먹는 해산물 요리는 꿀맛이다. 은색의 멸치떼가 수면을 비상하는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오후가 되어 보라카이 남단의 라우렐섬으로 이동했다. 특이한 바위 군으로 이름이 난 섬이다. 특히 파도에 침식되어 형성된 바위 동굴이 신비롭다. 동굴 안 바닷물이 크리스털 빛으로 보여 동굴 이름이 크리스털 코브(Crystal Cove)란다. 동굴 안에서 바다로 헤엄쳐 나가는 이색적인 느낌의 스노클링이 좋다. 염도가 높다더니 구명조끼 없이도 물에 뜬다. 낙하산을 이용한 패러세일링(parasailing)을 못 해서 아쉽지만 다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자.

■보라카이는 추억이 되어

벌써 마지막 날. 버그카를 타기 위해 보라카이에 하나밖에 없는 놀이동산인 드림랜드로 갔다. 버그카는 산악과 해변에서 자유로이 주행할 수 있는 다기능 사륜구동 미니 산악 자동차. 버그카로 비포장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먼지가 나고 매연도 좀 심했다, 보라카이에 있는 동안 여기서 가장 많이 탄 것 같다. 그러면 어떠하리. 이런 오픈카야말로 남자의 로망 아니던가. 버그카를 타고 보라카이의 전망대에 올랐다. 보라카이가 이렇게 생겼구나!

보라카이가 물론 천국은 아니었다. 보라카이에 도착한 다음 날 화이트 비치에서는 편의점인 세븐 일레븐 개점 파티가 성대하게 열렸다. 보라카이에 세븐 일레븐이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필리핀산 산미구엘 맥주가 맛있었지만 생맥주를 파는 곳을 찾기도 힘들 정도였다. 생맥주 없는 천국이라니….

삼륜 오토바이인 트라이시클(Tricycle)을 타고 인적이 드문 담비사안 해변에 갔을 때였다. 꼬마 세 명이 장난을 치며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에 옷을 입은 채 물에 뛰어들었다. 아이들이 "파파"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는 게 싫지 않았다. 아름다운 자연과 순박한 사람이 있는 보라카이, 벌써 그리워진다. 보라카이=글·사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취재 협조=필리핀 항공



여행 팁


부산에서 보라카이로 가려면 필리핀의 칼리보 국제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필리핀항공은 부산~칼리보 노선을 목·일요일 주 2회 운항한다. 목·일 20:00 출발~ 23:10 도착. 칼리보~부산 목·일 13:00 출발~18:00 도착. 필리핀항공은 여름 성수기인 7월 20일~8월 20일에는 수·목·토·일 주 4회 운항으로 횟수를 늘린다. 부산~마닐라 노선은 21일부터 매일 운항. www.philippineair.co.kr. 051-464-7890.

부산~칼리보 국제공항 4시간 15분 소요. 칼리보 공항에서 카타클란 선착장까지는 버스로 1시간 40분가량 소요. 카타클란 선착장에서 보라카이 섬 선착장까지 방카를 타고 10여 분 들어가면 된다. 선착장에서 호텔까지는 트라이시클로 이동한다. 
보라카이의 명물 자전거 트라이시클.
환전은 일단 달러로 바꿔, 보라카이에서 다시 페소로 바꾸면 된다. 보라카이 공항 환전소가 가장 유리한 환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크림은 필수이고 모자, 선글라스를 챙겨가는 편이 좋다. 보라카이의 물에는 석회가 많이 섞여 마실 수 없다. 보라카이에서의 쇼핑은 화이트 비치 스테이션 2에 있는 가장 큰 상업지구인 디몰(dmall)을 이용하면 된다. 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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