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휙~' 해운대 모래가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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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백사장을 거닐고 있다. 이재찬 기자

지난 주말 모래축제가 열린 해운대해수욕장. 강풍이 불자 백사장 일원에 황사라도 덮친 것처럼 희뿌연 모래바람이 흩날렸다. 모래 먼지를 덮어 쓴 시민들은 황급히 입과 코를 가렸다. 그간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시민 정 모(40) 씨는 "해운대 백사장 모래는 알갱이가 크고 찰기가 있기 때문에 바람에 잘 날리지도 않고, 걷다 보면 발이 푹푹 빠지곤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모래바람이 날려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며 "마치 다대포해수욕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해운대해수욕장의 모래가 이상해졌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자칫 해운대 백사장 고유의 색깔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대대적 백사장 복원 과정
서해상 모래 59만㎥ 유입
알갱이 작아 쉽게 흩날려
해수청 "연내 안정화 될 것"


이 같은 현상은 3년간 대대적으로 이뤄진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복원 사업 과정에서 59만㎥에 달하는 서해안 모래를 들여왔기 때문이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당초 백사장 복원에 경북 울진의 동해안 모래를 사용할 계획이었다. 해운대 백사장의 모래는 알갱이 평균 굵기가 0.38㎜에 백색에서 황갈색을 띠는데, 울진 앞바다의 모래가 굵기(0.54㎜)나 사질에서 가장 유사하다는 판단에서다. 서해안 모래는 굵기 0.25㎜ 이내의 세립자여서 적합하지 않았고, 남해안 모래의 경우 탁도가 높은 진한 회색이어서 색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연안 침식을 우려한 울진군과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동해안 모래 반입은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부산해양청은 서해 EEZ(배타적경제수역) 모래 중 굵기가 해운대 모래와 비슷한 것을 선별해 들어오는 것으로 계획을 선회했다.

부산해수청은 "전북 군산 서쪽 71㎞ 해상, 수심 80~150m 지점에서 해저지층을 굴착해 채취한 모래를 들여왔다"며 "서해안 모래라고 하면 점토질의 갯벌을 연상하기 쉽지만, 굵기가 0.33~0.39㎜로 기존 해운대 모래와 별반 차이가 없고, 색상도 유사해 현실적으로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백사장을 5m 깊이로 파낸 뒤 새 모래를 채우고 기존 모래는 해안가 쪽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복원을 진행하다 보니 밀도가 다른 모래들이 한데 뒤섞여 일시적으로 들뜨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장마와 해류 등에 의한 자연 유실, 자연 복원 과정을 거치면 올해 안으로 안정화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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