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한·일 관계,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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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국 동서대 총장

6월 22일은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보통의 경우, 수교 50주년이 되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 차원에서 각종 행사가 개최되고 양국의 우호적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작금의 한·일 관계는 그럴 형편이 아니다. 세간에는 오는 8월 15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위 '아베 담화'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다. 모르긴 해도 별로 기대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지난 4월 말 미국 의회에서 행한 아베 총리 연설의 행간을 살펴보면, 미국에게는 납득될 만한 수준일지 모르지만 한국에는 불만이 남는 아주 절묘한 선에서 과거사 문제를 언급했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8월의 '아베 담화'도 그러한 '얄미운' 전략이 기초가 된 글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일 관계 계속 악화되면
입지 좁아지고 실리도 타격
국제관계는 냉정, 전략 새로 짜야

역사 문제는 세계 공감대 얻고
그 외 분야는 교류 물꼬 터야
부산발 도시 간 협력 모델도 방법

그렇다고 한·일 관계를 이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

우선, 미국이 한·일 갈등에 대해 '간섭'하기 시작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어느 한쪽 편을 드는 모양새를 취하지는 않겠지만 작금의 미·일 밀월 관계와 미국의 동북아 전략 구상을 고려해 본다면 미국이 어느 쪽에 더 기울어 있는지를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워싱턴에서 '한국 피로감'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것이 이러한 분위기를 반증한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한국의 대일 갈등이 지속되어 미국의 대동북아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한·미 관계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불편해질 수 있다.

둘째, 한·일 관계가 나쁜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은 접근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고 역사 인식 문제로 한국과 보조를 맞추며 일본을 견제해 왔던 중국이 최근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중·일 정상회담이 열리더니, 올해는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또 한 차례의 만남이 있었다. 최근에는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이 경제인사 3천 명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 시진핑 주석과 만나 달라지고 있는 중·일 관계를 과시했다. 중국은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에는 반대하지만 '대화'와 '교류'는 그와는 별도로 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잘못하다가는 한국만 이 지역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셋째, 한·일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이 조금씩 표면화되고 있다. 물론 엔저 현상으로 인한 측면도 있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이 급감하고 있다. 2012년 350만 명 수준에서 2014년에는 100만 명이 줄어든 250만 명이 되었다. 필자가 최근 일본을 방문해 취재해 본 바로는 많은 일본인이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그러한 점이 한국행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 또한,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액 역시 줄고 있다. 2012년 45억 달러 규모에서 2013년에 26.9억 달러로 내려가더니, 올 상반기에는 11.5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이렇듯 한·일 관계가 계속 악화되면, 결국 우리의 입지가 좁아질 뿐만 아니라 실리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아마도 일본은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판단하고 앞으로도 '느긋하게' 한국을 대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도덕적' 우위에 있는데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니 원통하다. 국제관계란 원래 냉정한 것이다. 그러니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우선,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주장하되 일본을 향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의 공감대를 얻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여성에 대한 인류 보편적 인권에 관한 문제임을 부각시켜 일본의 논리가 정당하지 않음을 알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한국은 정권만 바뀌면 전 정권의 정책이 오간 데 없어진다는 속설을 불식시켜야만 일본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둘째, 역사 인식 문제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한·일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 한·일 정상회담의 개최가 모든 교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좀 더 통 큰 모습을 보여 주어 일본 국민의 마음을 사야 한다. 한·일 관계가 나빠도 '욘사마'의 결혼 소식을 반기는 일본인의 모습을 보면, 한국이 보다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면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다 장기적 측면에서 기초가 탄탄한 양국 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산과 후쿠오카를 연계한 국제특구를 만들어 양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히고설킨 국경을 초월한 도시 간 협력 모델을 부산발로 추진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앞으로의 한·일 관계 50년이 또 다른 갈등의 50년이 될 것인지, 아니면 보다 안정되고 성숙한 양자관계로 거듭날 것인지는 바로 지금을 사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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