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라커' "아들아… 세상보단 여기가 안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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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라커.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하철역 인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이 보관함. 이곳에 동전을 집어 넣으면 문이 열리고 작은 물건을 임시 보관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여인이 다가와 '코인라커'에 자신의 아이를 넣고 이내 사라진다. 과연 이들 모자(母子)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도박 중독 남편서 벗어나기 위해
라커에 아들 넣고 매춘하는 여성


"10년 전 막차가 끊긴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코인라커에서 물건을 꺼내는 걸 보고 물건이 아니라 아이를 꺼내면 어떻게 될까 하는 데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는 김태경 감독. 이를 뼈대 삼은 영화 '코인라커'는 도박에 빠진 남편과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두고 오직 아들을 위해 살아가는 여인에게 사채업자가 찾아와 남편의 도박 빚을 대신 갚으라고 한다. 도무지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절망적인 삶 한가운데 놓인 인물의 비극을 농도 깊게 그려낸다.

줄거리는 이렇다. 연(손여은)의 남편 상필(이영훈)은 도박과 폭력에 찌들어 있다. 사채업자 재곤(정욱)은 상필에게 빚을 받기 위해 이젠 아내인 연까지 위협한다. 연의 마지막 희망은 자폐증세가 있는 아들 건호와 함께 뉴질랜드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것.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려는 순간, 상필의 빚이 끝까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도움을 청할 곳도, 기댈 곳도 없는 연은 뉴질랜드로 가는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몸을 판다. 그러나 자폐아인 상필을 밤사이 맡길 곳이 없다. 연은 결국 코인라커에 아이를 넣고 돈을 벌러 간다. 연은 과연 지긋지긋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영화는 좀 우울하고 슬프다. 주인공 연이 자폐아인 아이를 '코인라커'에 넣어두는 모습이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몸을 파는 장면 모두 그렇다. 사채업자의 위협과 협박 속에 자폐아인 건호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하철 코인라커는 재곤의 위협이 닿지 않는, 연이 생각하는 가장 안전한 공간. 연의 본능적인 모성애는 건호를 '가두는 공간'이 아닌 '보호하는 공간'으로 코인라커를 둔갑시킨다. 28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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