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림공사' 노출된 학장천 '고향의 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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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부산 사상구 학장천 하천 바닥 위로 유지용수 파이프가 노출돼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예산 부족으로 공기가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있는 부산 학장천 '고향의 강' 사업이 이번에는 하천 바닥 아래 묻혀 있어야 할 유지용수관 일부가 지상으로 노출돼 부실 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눈에 보이는 구간만 손보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전 구간 유지용수관의 검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천 바닥에 묻혀야 할
유지용수관 땅 위에 드러나
햇빛과 물에 부식·파손 우려
부산시·사상구청 원인 몰라

26일 오후 부산 사상구 주례동 학장천 주학교에서 낙동강 방향으로 150m 떨어진 지점. 낙동강물이 지나가는 유지용수관 2m가량이 위쪽으로 휜 것처럼 바닥 위로 완전히 드러났다. 유지용수관의 이음매 부분도 선명하게 보였다. 원칙상 이 구간 유지용수관은 하천 바닥 아래 매설돼 있어야 한다.

부산시는 지난 2011년 예산 69억 원을 들여 주례동 주학교에서 낙동강 합류지점 사이에 학장천 유지용수관 4.2㎞를 매설하고 취수 펌프장을 지었다. 고향의 강 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해당 공사는 물이 부족한 학장천에 낙동강 물을 끌어와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루에 최대한 끌어올 수 있는 낙동강 물의 양은 3만t가량. 현재 유지용수관과 펌프장 관리 주체인 사상구청은 고향의 강 공사가 계속 진행 중임을 고려해, 하루 1만 5천t씩 낙동강 물을 취수해 학장천 상류에서 흘려보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구간의 유지용수관이 하천 밖으로 드러나 부실시공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상으로 노출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지용수관은 얼마 안 되지만, 다른 구간의 유지용수관도 얕게 매설 돼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유지용수관을 내구성 좋은 '유리섬유복합관'으로 만들었다지만 장기간 빛과 공기, 물에 노출되면 부식이 진행될 수 있다. 또 폭우가 내릴 때는 하천에 떠다니는 물체가 유지용수관에 부딪쳐 파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는 유지용수관이 분해돼 유리섬유 성분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학장천살리기주민모임 강미애 대표는 "지금은 취수량이 얼마 안 되지만 물을 많이 끌어와서 수압이 높아지면 유지용수관이 다 뒤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만에 하나 유지용수관이 훼손돼 침전물이 관 안으로 들어간다면 학장천에 깨끗한 낙동강 물을 공급하는 일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부산시와 사상구청은 유지용수관 지상 노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유지용수관 노출에 대해 보고 받은 적이 없어 한 번 확인을 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낙동강 합류지점의 유지용수관 일부도 지상으로 나와 있다"면서도 "해당 구간은 원칙상 유지용수관이 하천 바닥 아래로 지나가는 게 맞기 때문에 노출 원인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학장천 고향의 강 사업은 애초 공사 마무리 시기를 올해로 잡았으나,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어 완공이 2018년까지 연기(본보 지난 6일자 3면 보도)됐다. 현재 공정은 52%이고, 필요한 총예산 480억 원 중 233억 원만 확보한 상태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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