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바꾸자 '빅 하트 프로젝트'] 14. 결산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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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재생은 효율성보다는 치유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빅 하트 시리즈 현장자문위원들과 본보 기자들이 19일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의 2층 카페에서 시리즈 결산 좌담회를 갖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본보는 부산 도심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상업지역 재생을 통해 건강하고 활기찬 도심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도심재생 시리즈 '도심 빅하트(Business Impact Genrification + Heart)'를 13회에 걸쳐 보도했다.

천편일률적 벽화사업 대신
정체성 갖춘 도심재생 돼야

서면선 젊은 창업자 지원하고
대학가선 청년문화 북돋우고
동래선 걷고 싶은 길 만들어야

사람·소프트웨어에 초점 두는
공무원 도시재생 마인드 중요

지자체마다 재생 기금 조성
세제 감면 등 법적 지원도 필요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지난 19일, 첫 대상지였던 서면 도심에서 현장 자문위원과 취재 기자들이 만나 새로운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시리즈 기획·의의에 대한 평가는?

강동진=빅 하트 시리즈는 서면이나 광복동을 중심으로 이뤄진 부산 도심에 관한 논의의 틀을 다른 도심으로 확장시켰다. 특히 도심, 부도심 재생에 대한 논의를 산·학·연·언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했다.

배연한=부산의 도심과 부도심 재생 방안을 시장연계, 창업기반, 청년문화 등 기능별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김 진=지금까지는 관 주도의 양적 도시 개발에만 주목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도심에 어떻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접근이 이뤄졌다.

-가장 주목할 만한 지역과 해당 지역의 문제점은?

서정렬=서면은 도심 재생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찾을 수 있는 모범적인 지역이다. 경성대·부경대는 대학가와 젊은 상권, 주거지역이 혼재돼 있어 다양한 측면에서 도심 재생의 방향을 고민해볼 수 있다.

김형균=하단은 서부산 시대의 중심에 있는 매우 역동적인 도심이다. 부산대 주변은 단순히 대학가 앞이라는 의미를 넘어 온천천과 청년 문화가 접목돼 소중한 잠재력을 지녔다. 그러나 공공기능 부족, 상업적 난개발, 도심 공동화와 상권 양극화, 경관 매력 저하 등의 문제점도 있었다.

장희정=도심 기능이 변화 중인 곳이 사상과 동래였다. 공업지역 사상에 대학 중심의 상권이 커지고 다문화 가정도 늘고 있어, 이들을 위한 도심 재생의 필요성을 발견했다. 동래는 도심 속에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어 이를 활용한 재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도심 특성에 따른 유형별 재생 방안은?

장병진=부산대와 경성대, 하단은 청년 문화를 자극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분야가 활성화돼야 대학 앞 청년 문화와 상권이 살아난다.

김민정=서면과 사상, 해운대는 창업기반형 도심이다. 서면의 경우 이미 젊은 층이 카페, 음식점 등을 창업하고 있다. 전주시의 청년몰처럼 부산도 젊은 창업가들 지원에 나서야 한다. 사상은 젊은이들이 창업과 창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아트팩토리 형태로 재생을 했으면 한다.

서정렬=시장연계형 도심인 광복동, 동래, 덕천은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광복동은 대청로, 동래는 읍성, 덕천은 구포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면 특화된 도심 재생이 가능하다.

박상필=주거연계형 도심 중 화명은 주거와 상업 기능이 공존하는 곳이다. 두 기능의 혼재를 예전에는 난개발로 봤지만, 이제는 복합용도형 개발과 재생도 중요하다.

-시급히 극복해야 할 점은?

서정렬=도시재생이 새로운 개발 방식으로 이해되면서 전시 행정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람·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시설·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추는 공무원들의 생각과 정책을 바꿔야 한다.

변현숙=상업지역은 토지를 가진 사람의 끓어오르는 욕망을 자유롭게 펼치는 곳이란 생각이 만연하다. 공공적 시설은 필수요소란 생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갖춰야 한다.

강동진=아직도 뭉칫돈 없으면 재생을 못한다는 생각으로 국비를 따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지속가능한 재생을 위해선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법 제도와 정책적 과제는?

변현숙=지자체장과 공무원들도 재생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갖도록 배움의 기회를 줘야 한다. 요약하면 첫째 연결·네트워크 구축, 둘째 에너지 불어넣기, 셋째 사람 생각 바꾸기이다.

박태우=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만들면서 시리즈를 진행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재생을 위해 시범 지역을 지정해 주민들과 함께하지 못한 게 특히 아쉽다.

김형균=지자체가 좀 더 자율성을 갖도록 각 광역지자체마다 재생 기금을 만들고 정부는 재생기금을 지원하도록 방식을 전환하는 건 어떨까. 재생지역 투자에 대한 세제 감면, 토지신탁에 대한 혜택, 민박활성화 방안 등 도시재생 특별법 시행세칙과 시책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는?

김민정=독일 에센 촐페어라인은 원래 탄광도시였는데 산업화 시대 유물 자체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해 보존하고 있다. 박물관까지 만드는 등 세계적 관광지로 되살려냈다.

강동진=독일 프라이부르크 도심에 '베슬러'란 폭 50㎝ 수로가 10여㎞에 걸쳐 있다. 이 지역을 보행자 구역으로 묶어, 지금은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베슬러를 지키려는 시도가 도시 재생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장희정=일본 구사츠 온천은 주민들이 반대해 신칸센 철도가 다니지 않는다. 접근성이 좋으면 목욕만하고 떠나버린다는 이유였다. 진정 우리 지역을 즐기는 소수의 관광객이면 족하다는 '생각의 전환'을 한 것이다.

김형균=보잉사가 떠난 뒤 완전히 쇠락했던 미국 시애틀은 도심 속에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들어오면서 관련 기업 7천여 개가 함께 입주했다. 기업은 도심외곽의 전용산업단지에 입지해야 한다는 상식을 깬 것이다.

-취재 시 애로사항이나 인상 깊었던 일은?

조영미=경성대 앞의 경우 실제 상권을 잘 아는 '문화골목' 최윤식 대장과 동행 취재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현장 취재가 끝난 뒤 정리하는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

이대진=지역에 애착을 가진 상인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랐다. 오래된 가게와 터줏대감 주민분들이 지역의 자산이고 재생의 힘인 것 같다.

황석하=불과 수십 년 전 역사에 대해 사람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게 아쉬웠다. 근현대사에 얽힌 재밌는 스토리를 적극 발굴해 알릴 필요성을 느꼈다.

-행정, 시민에 바라는 점은?

이대성=도시재생이 전시 행정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행정은 시민참여를 유도하고, 시민은 행정에 개입해야 한다.

배연한=마을 만들기, 벽화사업 등 지역 사업을 통해 오히려 지역이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도심 역시 닮아가선 안 된다. 정체성을 가진 방향으로 재생이 이뤄져야 한다.

김민정=도시재생의 지향점은 치유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서 안타까웠던 건 해당 지역에 청년, 비즈니스가 모여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민들에게 어떤 치유가 필요한지 발견하는 장을 행정이 만들어줘야 한다.

장희정=동감한다. 행정도 언론도 효율성을 중시하는데, 도시재생은 '가치 지향'이다. 치유의 관점에서 좀 더 기다려주고, 오래갈 수 있는 가치의 공유가 필요하다. 정리=이대성·이대진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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