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이 던져 숨지게 한 발달장애인 무죄 선고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항소 말고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게 부모로서 너무 답답합니다."

법원 "심신상실 상태 범죄"
피해 어머니 "누가 책임지나"


아이가 세상을 떠난지 겨우 여섯 달. 어머니가 아이를 떠나 보내기에도, 누군가를 용서하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18일 판결문을 손에 든 어머니 생각엔 법이 너무도 무정했다. 어머니는 결국 항소를 결정, 또다시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만 1세 상윤이를 건물 3층에서 던져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이 모(18) 군에 대한 선고는 15일 열렸다. 부산지법 형사7부(이훈재 부장판사)는 이 군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치료감호 청구도, 부착명령 청구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CCTV 촬영 자료 등의 증거와 관련자의 진술로 이 군이 상윤이를 살해한 사실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발달장애 1급인 이군에 대해 "범행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군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4시께 부산의 모 복지관 3층 복도에서 상윤이를 발견, 옥외 비상계단으로 데려간 뒤 땅으로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당시 범행은 상윤이 어머니가 지켜보는 앞에서 벌어졌다.

상윤이 어머니는 재판 내내 남들은 모를 고통에 시달렸다.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만 한 살 짜리 아이가 그렇게 세상을 떠났는데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상윤이 어머니는 "복지관도, 활동보조인도, 학교도 발달장애인을 맡아 놓고 관리도 보호도 못한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재판은 상윤이 가족과 세상의 싸움인 것만 같았다. 이 군을 위한 탄원서를 잇따라 넣은 장애인 단체들도 원망스러웠다. 상윤이 어머니는 "죽은 아이나 그 부모의 아픔은 외면하고 장애인에게 향할 선입견이나 사회적 불이익만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답답했던 건 가해 학생의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윤이 어머니는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용서를 했을지도 모른다. 발달장애인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다고 한 얘기밖에 들은 게 없다. 가해학생 어머니가 우리에게 용서를 빌었다는 뉴스에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답답해 했다. 김영한 기자 kim01@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