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내국인도 안 반기는 해운대해수욕장 '외국인 특화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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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해수욕장이 때아닌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올여름 본격 운영되는 '외국인 특화존' 때문이다. 내국인들은 외국인 특화존이 '외국인 특혜존'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고, 외국인들은 외국인들대로 인종분리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외국인 차별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는 3년 간의 대대적 복원공사 끝에 백사장 너비가 배 이상 넓어진 해운대해수욕장을 세계적 휴양지로 변모시킨다는 취지에서 '외국인 특화존'을 확대 지정, 운영하기로 했다. 파라다이스 호텔 앞 너비 50m 구간에 4천여㎡ 규모로 조성되는 '외국인 특화존'은 파라솔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 빈 백사장에 태닝 구역과 함께 비치사커 골대, 비치발리볼 네트 등 운동 시설이 들어선다. 한국 해수욕장 특유의 '파라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편안하게 선탠 뿐 아니라 레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파라다이스 호텔 앞 너비 50m
파라솔 대신 태닝·운동시설 추진
내국인 "사대주의 발상 특혜존"
외국인 "인종분리주의 차별존"
누구도 환영 안 하는 '불만존'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외국인들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는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백사장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가뜩이나 '파라솔 숲'으로 발 디딜틈 없는 해수욕장에서 외국인들만을 위한 전용 구역을 둔다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자,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

이 모(38·여) 씨는 "부산 불꽃축제도 외국인 전용 관람석을 운영하는 탓에 인파에 치어 제대로 구경조차 어려운 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데, 해수욕장 이용까지 외국인을 특별대우하는 것은 해수욕장의 주인인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저자세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외국인 특화존'은 정작 외국인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영문판 온라인 매체 '코리아 옵저버'에는 지난 12일 해운대해수욕장 특화존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는 기사가 실렸다. '해운대해수욕장의 인종분리 정책은 오해' 제하의 이 기사는 '일부 외국인들은 특화존 운영을 현대판 '인종분리 정책'으로 비유하면서. 이는 (한국인들이) 1950년대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사는 '외국인이 한국인들과 같은 화장실을 써도 괜찮은 것이냐'고 반문하는 한 외국인의 반응도 덧붙였다.

또다른 외국인은 "일부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에 의해 매년 '몰카 촬영' 등 해수욕장 성범죄가 빈발하자, 이들에 대한 감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외국인들을 한곳으로 모아놓겠다는 발상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엉뚱한 곳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해운대구는 당혹감 속에 긴급 진화에 나섰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외국인 특화존은 선탠과 해변 레포츠를 즐기는 외국인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일 뿐 특혜나 차별 의도는 없으며, 내국인들도 똑같이 이 구역을 이용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레포츠 존'이나 '파라솔 없는 구역(parasol-free zone)'으로 명칭 변경을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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