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20년, 방향잃은 물길] 1부 3. 복개구간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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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천 까맣게 잊고 있는 동안 그 속에선 1급수도 죽은 물 됐다

동천복개 구간 내 하수관거에서 물이 넘쳐 흐르는 모습. 하수관거의 용량을 넘어 흐르는 물은 그대로 동천으로 유입돼 물고기 폐사, 악취 등의 원인이 된다. 장병진 기자 joyful@

과거 하천 복개는 여전히 가장 손쉽고 확실한 하천 관리 방법이었다. 악취로 인한 민원도 발생하지 않는 데다 도로 확충, 주차장 확보 등의 부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하천에 대한 개념이 바뀌며 복개 하천을 생태하천의 대척점에 놓는다. 과거 하천을 복개해 도로를 확충하고 주차장을 확보했지만 우리는 하천을 잃었다.

콘크리트 공간에 햇빛도 차단
생태계 기본 수생식물도 못 살아

동천 10㎜ 이상 비만 오면
하수처리장 수용한계 초과
지류 곳곳 시커먼 물 '콸콸'
본류 악취 만들고 수질 악영향

오염원 복개구간 내버려둔 채
시, 해수 유입 등 엉뚱한 처방

■복개 구간에 무슨 일이


지난 15일 부산 동구 수정동 초량천숲체험장 인근의 초량천 발원 지점을 찾았다. 강바닥에는 북방산개구리의 올챙이가 떼를 지어 있었고 1급수 지표 어종인 버들치와 갈겨니도 쉽게 관측됐다.하지만 초량천 복개구간 2천300m를 지나는 동안 초량천은 죽은 물이 된다.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 실시계획'에 따르면 초량천의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는 9.5㎎/L(5등급)로 어류 등 생명체가 살 수 없다. 생명그물 구영기 대표는 "복개된 후 하수가 그대로 초량천으로 들어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상황이 되다 보니 발원지의 1급수 물이 들어와도 그냥 하수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대표적 복개하천인 동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부산 부산진구 광무교 부근 동천에 35㎜가량의 비가 오자 동천 제1지류 부전천, 가야천, 전포천, 호계천에서 시커먼 물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동천 지류들은 평시에는 하수와 우수 모두 하수처리장을 거쳐 동천으로 빠져나오지만 10㎜ 이상 비가 올 경우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넘쳐 흐른다. 새어 나오는 물 상태를 통해 복개 구간 안쪽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동천의 지류들은 호계천(94% 복개)을 제외하고는 모두 복개돼 있다.

숨쉬는 동천 이용희 대표는 "비가 오면 동천에 냄새가 나고 검은 오염수가 빠져나오는 것은 하천 유역 주민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천은 복개 순간 하수구 된다

지난달 9일 광무교~가야천 방면 동천 복개구간 약 2㎞ 구간을 들어갔다. 이틀전 11.5㎜의 비가 와 상당 부분 오염물질은 쓸려나간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하수가 들어오는 구멍과 우수가 들어오는 구멍에 널브러져 있는 오물들이 이미 복개구간은 하수구 이상의 의미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이마저도 최근 동천에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상태가 좋아진 모습"이라며 "관심마저 부족한 부산천, 초량천의 복개 내부는 최악이다"고 말했다.

11㎜가량의 비가 왔음에도 일부 구간에서는 하수차집관거에서 물이 넘쳐 흘러나왔다. 이렇게 흐르는 물은 동천으로 바로 들어가 악취를 만들고 수질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부산발전연구원이 지난해 5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동천에는 숭어, 농어 두 종류가 발견됐다. 숭어와 농어가 오염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고 알려진 종이지만 이마저도 복개구간이 아닌 북항 근처에서 발견되었을 뿐이었다. 동천 복개 구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부산대 주기재 생명과학과 교수는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공간과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저서생물, 무척추동물은 물론 생태계의 기본이 되는 수생식물이 살아갈 공간은 없다"고 말했다.


■정답은 있는데 10년째 논의만

지난달 20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동천재생을 위한 시민대토론회'에서 동의대 박만준 철학과 교수는 "10년 전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전혀 변화된 것은 없었다"며 의지 없는 부산시의 하천 정책을 질책했다.

2005년 부산가톨릭대 김좌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천복원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부산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에 제출했다. 당시에도 동천 복원의 필요성이 언급됐었다.

부산시는 1991년부터 2022년까지 3천733억 원을 들여 분류관식하수관 설치와 동천환경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200억을 들여 30만t을 유입시키는 계획도 발표했다.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아직 동천의 수질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셈.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최대현 사무처장은 "정작 오염의 원인은 복개 구간에 있는 데 눈에 보이는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다"며 "동천 복원은 부산시 의지의 문제고 전임 시장들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2003~2005년까지 3년 동안 3천867억 원을 투입한 청계천 복원 사업은 복원을 마친 2006년부터 평균 어류 24종, 조류 34종 등 300여 종이 발견되고 있다. 복원 전 청계천은 그냥 하수구로 생명이 없었다.

대천천네트워크 강호열 사무처장은 "청계천도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지만 최소한 복원된 하천은 복개 하천보다 생태적으로 훌륭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river@busan.com

특별취재팀 : 박진국, 김백상, 황석하,이대진, 장병진 기자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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