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작은 건축] 4. 오피스텔 'O+A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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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네와 산 아래·옥상과 땅… 그 '경계'에 관계를 심다

도시 안에서 사람은 타인의 타인이 된다. 범일동 O+A 빌딩은 '관계와 기억'의 가치를 생성하며 작은 건축의 소중함을 시민들에게 일러주고 있다. 시야가 확 트인 빌딩 옥상. 건축 사진작가 윤준환 제공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오피스텔 'O+A 빌딩'은 교통부 사거리에서 산복도로로 오르는 첫 입구 언저리에있다. 산 위 사람들은 '불편한 행복'에 의지하며 잘 살고 있는데, 좋아 보자고 하는 도시 재생은 산아래 '욕망'들을 이식해 사람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그 반대편 공간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현대'에 적응하느라, 진정치 못한 공간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곳이다.

산복도로 초입 언저리 땅
불편한 행복과 욕망의 교차

승강기 빼고 노출 콘크리트…
지형·이웃 건물과 조화 시도

경사지 많은 부산 특색 감안
옥상에도 '특별한 의미' 시도


이중성이 교차하는 묘한 경계에서 라움 건축사사무소 오신욱 대표는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한 오피스텔을 재창조했다. 욕망들이 이어지고 그치는, 경계가 뿜어내는 장소적 느낌을 혼융하며 '땅에 저장된 소리'를 듣고자 귀에 청진기를 꼽았다.

비뚤비뚤한 땅의 형상으로부터 만들어진 2차원의 선들을 3차원으로 확장시켰다. 공간 들띄우기를 하면서 수직적으로 볼륨감을 풍성하게 하는 과정을 거쳤다. 오 대표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고 계단을 직접 오르게 하면서 산복도로에 오르는 경험을 담고자 했다"라고 말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풍경도 제각각 다르다. 그가 설계한 '라움 사옥'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에게 옥상은 새로운 땅이다. 부산은 경사지와 단독주택이 많아 위에서 아래로 볼 때 나타나는 옥상 풍경을 잘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오피스텔은 익명성과 편리함을 주지만 '관계'의 심각한 결여를 불러온다. '바깥과 인간'의 연결고리를 배제한 오피스텔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 인간이 거주하는 '존재의 집'을 만든 것이다. 노출 콘크리트는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우쭐거리기도 하지만 묘하게 주변과 어긋나지 않는다. 오 대표는 주변과의 친화성을 고려해 O+A 빌딩을 주변 건축물들 덩치와 비슷하게 설계했다. 

사진은 O+A 빌딩 전경. 건축 사진작가 윤준환 제공
새로운 공간과 볼륨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장 반쪽집은 오 대표가 주목받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 이후로 모가 난 부정형의 대지에 대한 설계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좋지 않은 여건, 자투리 같은 것, 그리고 주류가 거들떠보지 않는 프로젝트를 소중히 다루면서 즐길 거리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라며 "편한 것보다 어렵고 힘든 작은 건축들이 창작 에너지를 끊임없이 자극한다"라고 강조한다. 순식간에 기존 기억들을 '고물'로 만들어 놓고는, 늘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를 반복하는 사회 아닌가. 과거의 손때 묻은 정겨운 기억과 경험들을 보존하며 다시 이야기로 풀어내는 뜻있는 작업이다. 발터 벤야민은 이런 말을 했다. "새것을 갖는 게 아니라, 오래된 것을 새로운 가치로 만들면 아무리 오래된 것도 새것이 된다."

그는 요즘 주목받는 건축가 중의 한 사람이다. 설계를 의뢰하는 건축주와 언론의 취재도 많아졌다. 현실에 바탕을 둔 건축적 상상이 서서히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건축 파트가 '예술의 화관(花冠)'을 두르기 위해 추구하는 추상과 아름다움의 편향성도 오 대표에게 다소 있다. 하지만 이는 건축주뿐만 아니라, 감리와 인·허가 과정에서 현실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할 경우가 있는 건축이 예술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덕목이다. 오 대표는 건축관이 뚜렷하지만 건축주와 사이가 좋다. 그의 건축이 '관계'를 지향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건축주 최은석 씨는 "중간에 약간의 갈등도 있었지만 그 이후 알아서 처리해줘 고맙다"라고 칭찬한다.

한 사람의 건축가는 그에게 주어진, 그리고 그가 해결하고자 하는 현안과의 대결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오 대표는 일러 준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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