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출향기업인 열전] 6. 이주형 옵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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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디스크 하나로 '안철수 벤처 신화' 버금간 주인공

연 매출 6천억 원의 광학기업 옵티스를 일군 이주형(58) 사장. 오는 2017년까지 1조 원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그의 꿈이다. 아래 작은 사진은 이 사장이 필리핀 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박희만 기자 phman@

부산·울산·경남 출신으로 벤처 신화를 일군 대표적 인물이 안철수 의원(전 안랩 창업자)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을 벤처 기업인으로 여러 명이 거론되지만 대표주자가 광학기업 옵티스의 이주형(58) 사장이다.

삼성전자 비디오사업부 출신
VTR 개발 등 기술상 수상도
삼성 해외 매각 추진 공장 인수

시작 10년 만에 매출 6천억 원
"매년 150억 투자 급성장 배경"
사물인터넷 진출 준비에 한창


삼성전자 출신으로 지난 2005년 외장 광디스크드라이브(ODD, 컴퓨터에 CD를 꽂는 장치)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해 매출 6천억 원을 넘어서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ODD는 레코드판의 바늘과 같은 구실을 하는 광픽업을 비롯, 디스크를 돌려주는 스핀들 모터, 회로 등 3개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최근 경기 수원의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성공비결에 "준비하고 또 준비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ODD 분야 전문가가 아니었다. 대학(인하대)에서는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지만 열역학에 빠져 첫 직장은 에너지관리공단이었다.

"열 쪽으로 특화된 분야여서 갔는데 저랑 적성이 맞지 않았어요. 저는 개발 같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는데, 중소기업체에 가서 에너지관리, 열관리를 해주는 일이었어요."

이게 아니다 싶었다. 그러던 차에 1983년 삼성전자에서 낸 경력사원 모집 공고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에어컨이나 냉장고 만드는 곳으로 가서 세계에서 가장 열효율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지'하는 포부로 지원했다.

그러나 막상 그가 배치받은 부서는 비디오사업부. 당시 막 생겨난 부서였다. 당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그룹의 모든 우수한 신입사원을 다 모아서 추진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그의 희망부서와는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된 것.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엔 비디오 한 대에 80만 원씩 할 정도로 첨단 제품이었죠. 지금으로 치면 스마트폰 개발사업부 정도 될 겁니다."

얼떨결에 비디오사업부로 배치받았지만 곧바로 그는 두각을 드러냈다. 그룹 기술상을 두 번이나 받은 것. 84년도 당시 VTR 두께가 120㎜ 제품이 주류였는데 최초로 두께 96㎜의 슬림한 제품을 만들어내 첫 수상을 했다. 이어 90년대 초엔 선 없는 VTR을 개발해 한 번 더 상을 탔다.

이건희 당시 회장이 미국 출장을 갔다가 삼성 제품에 비해 일본 제품들의 내부 전선이 깔끔하게 정리된 것을 보고 지시해서 개발해낸 것이다.

그러다가 96년께 VTR이 사양산업이 되면서 회사에서 광픽업을 담당해보라는 제의가 있었다. 처음에는 이 분야에 대해 백지 상태여서 관련 원서를 뒤지고 일본 연수를 다녀오며 기초를 닦았다. 열심히 한 덕분에 40대 중반에 상무까지 올랐다.

그것도 잠시, 삼성이 2004년부터 관련 사업을 접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닥쳤다.

"당시 일본의 소니와 샤프, 미쯔미, 국내의 삼성전기 등이 삼성전자에 납품을 하는 구조였는데 삼성전기가 이 사업을 접으면 일본 업체만 남으니까 제가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그때 저라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일본 업체들이 독점하는 시장이 됐을 겁니다."

공교롭게도 일본업체들은 ODD 시장이 줄어들면서 2011년부터 하나둘씩 사업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그는 광디스크를 회전시키는 스핀들 모터, 신호를 읽어내는 광픽업헤드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어 2013년엔 삼성이 필리핀 ODD 공장을 대만의 경쟁업체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때 그는 삼성 측에 그걸 경쟁사에 매각하면 되느냐. 우리가 핵심부품을 공급하니 우리가 사겠다고 해서 인수하게 됐다.

이어 지난해에는 ODD를 개발하고 판매해온 삼성과 도시바의 합작법인인 TSST(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의 지분도 49.9% 인수했다. 오는 2017년이면 지분 100%를 인수한다. 그야말로 ODD의 개발, 생산, 판매까지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째인 지난해 매출이 6천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그는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시작할 때 제 집한 채가 전부였고, 자본금도 5천만 원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자본금 200억 원에 자산도 1천300억 원이 됐다.

이 대표는 "창립 이후 매년 평균 150억 원씩 투자를 하고 있다. 사실 150억 원 수익 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꾸준한 연구개발과 관련 사업 인수를 통해 급성장했다"고 말한다.

외형은 제법 성장했지만 그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 ODD에 이어 지난 2012년엔 AFA 분야로 뛰어들었다. AFA는 사진 찍을 때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주는 기능이다.

AFA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산쿄의 중국 푸저우 공장을 인수해 필리핀으로 옮겼다. 진입 장벽이 적지 않았지만 지난 해 하반기 새로 개발한 모델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신사업은 이뿐만 아니다. 최근 급부상중인 사물인터넷 시장에도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관련 컨소시엄을 구성해 조만간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단기간에 사업이 급성장하다 보니 부담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힘들 때마다 운명론과 긍정마인드를 되새긴다고 한다.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서다. 그러면서 "묘하게 새 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업을 인수할 때는 꿈이 제 앞길을 알려주는 듯하다"고 말한다.

"산쿄 중국 공장을 인수할 때인데, 하루는 꿈에서 도인 같은 사람이 길을 가는데 산밑 나무 이정표에 '모담봉대'라고 적혀있었어요. 자다가 얼른 깨서 인터넷 찾아봤는데 없었어요. 뭘까 하고 하나씩 고민해보니 모험 모, 담대할 담, 봉우리 봉, 큰 대 정도로 글자가 나오데요. '담대하게 모험을 걸어라. 그러면 큰 봉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죠. 바로 인수했죠."

TSST를 인수할 때도 꿈을 꿨다. "뱀 3마리가 바닥과 책상, 천장에서 나왔어요. 산쿄 중국 공장과 세필(삼성전자 필리핀 공장)에 이어 TSST도 인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미신을 믿지 않지만, 꿈이 제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그는 기존 ODD에 신사업 시장 확대를 통해 오는 2017년 매출 1조 원을 달성, '매출 1조 클럽'에 드는 게 꿈이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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